디시인사이드 캡처포털사이트 다음의 클릭응원 조작 논란에 정부·여당이 연일 대대적 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애초 논란의 시작이 '디씨 유저'의 장난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씨)에 따르면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 수가 급증했던 2일 00시 30분경 'VPN(가상사설망) 갤러리'의 네임드 유저(고정 닉네임을 사용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용자) A씨가 "축구 응원 조작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갖고 있는 서버 총동원령 내리고 셀러리 라이브러리 써서 해볼까? 지금은 2대로 돌리는 중"이라며 매크로 명령을 한 명령 프롬프트(CMD) 화면을 캡처해 올렸고, 이어 "(한국 응원 수)추월 가자"라는 제목으로 중국 응원 수를 늘리고 있는 사진을 공유했다.
A씨는 첫 글을 쓴 지 한 시간도 안 돼 중국 응원 수가 대한민국 응원 수를 추월했다며 인증샷을 올렸고, "네이버는 투표 닫혔네"라며 불특정 다수의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 일부가 담긴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캡처이에 다음 '클릭 응원' 페이지 남자축구 중국전의 中 응원 비율은 한때 90%를 넘겼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3일 다음 측은 서비스를 닫으며 "클릭 응원은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 가능해서 벌어진 일 같다"고 해명했다. 같은 시간, 로그인 없이는 참여가 불가능한 네이버 쪽 응원 페이지의 중국 응원 비율은 10% 수준이었다.
이후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이 운영하는 클릭 응원·댓글 응원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조작 세력이 가담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중국 IP를 우회해서 국내, 내부에서 작업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도 '여론 조작'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께서 여론이 왜곡되는 상황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우려에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위한 범부처 TF 구성을 지시했고, 같은 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런 게 방치하면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며 "9·11테러도 첩보와 예후가 있었지만 '설마' 그러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관련 입법 필요성을 거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 안전과 강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A씨는 "얘네도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급임? 또 내 서버랑 프록시 날아가는 거야?"라며 과기부 사진을 올렸다. 이에 한 이용자가 "그거 각오한 거 아니었어? 우파는 투표조작에 민감하다. 드루킹 사태 잊었나"라고 묻자, A씨는 "실시간 베스트까지 갈 줄은 몰랐다. 시국이 시국이라 민감할 거 같긴 했는데, 큰일났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해당 갤러리 이용자들은 보도 내용을 공유하며 "대통령실과 언론이 떡밥 물었다", "A씨 멋있는데? 대통령도 속았다", "나도 중국 응원 눌렀는데 잡혀가는 것 아니냐" 등의 글들을 올리고 있다.
갤러리 이용자들의 반응(왼쪽)·A씨가 남긴 댓글. 디시인사이드 캡처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여당의 대응이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이용자는 "국민의힘이 그래도 여당인데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런 장난에 놀아나는 게 말이 되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망할 거 보이니 대충 명분 찾기 들어가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이용자들도 "아무 의미 없는 클릭 응원 조작한 거 두고 호들갑이다", "VPN 금지법 입법하려는 명분인 것 같다", "중국이 응원 조작해서 무슨 이득을 얻냐.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게 우리나라 여당 총리·수준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응원 댓글 분석 그래프. 카카오 제공한편, 카카오 측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과 중국 8강전 클릭 응원 논란은 2개의 해외 IP(인터넷주소)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활용한 현상으로 밝혀졌다.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취지를 훼손하는 중대한 업무 방해 행위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