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류영주 기자대장동 개발 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단독주택 제공 등을 약속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청탁도, 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치 지분 투자를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의 계좌로 입금됐다가 다시 화천대유로 들어간 5억 원 의혹에 대해선
"5억 원을 받고 전달한 것은 인정하는데, 계좌를 빌려준 것이다"라는 말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영수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 전 특검은 이날 짧은 머리와 함께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가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는 절차에선 "박영수 피고인…"이라며 스스로를 피고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남욱과 정영학 등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은 컨소시엄에 하나은행의 탈퇴를 대비하고 또 다른 은행을 컨소시엄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그래서 당시 우리은행 고위직이었던 피고인(박영수)을 통해서 확실하게 하고자 했다"라고 범행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박영수는 남욱과 정영학 등으로부터 하나은행과 준비 중인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우리은행이 참여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우리은행장을 통해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에 전달했다"라며
"또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의 부탁을 받고 박영수는 이를 우리은행장에게 전달해 2014년 12월 9일 이후 부동산금융부에서 실질적 PI 투자 업무가 가능하게 했다"라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이러한 청탁의 대가에 대해서도 "남욱과 정영학, 김만배는 화천대유의 전신인 서판교자산관리의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박영수에게 이익을 제안했지만,
박영수는 신속하고, 안정적, 고정적 금액을 요구했다"라며
"이에 남욱 등은 확정이익 200억 원과 단독 주택 부지, 단독주택 2채를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결과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이후로도 박 전 특검이 청탁을 받고 활동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가 추진하던 PI 투자는 우리은행 대기업심사부가 부정적 의견을 내면서 최종적으로 무산됐다"라며
"그러자 정영학은 김만배에게 '우리은행이 여신의향서만이라도 꼭 제출해줘야 한다'라고 말했고, 김만배는 이를 박영수에게 청탁하면서 5억 원을 전달하고 이후 50억 원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황진환 기자화천대유는 2019년 3월부터 배당금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당시 박 전 특검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로 임명된 상황이어서 돈을 받을 수 없었고 이에 박 전 특검의 딸을 통해 돈이 지급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적발되기 전까지 총 11억 원의 금액이 딸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출마 당시에도 3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일단 검찰의 공소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이 사건은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범죄 일시가 특정이 안 되고 자주 바뀌었다"라며
"공소사실이 전부 몇 월 경, 몇 월 초, 몇 월 중순경, 또는 및 등 굉장히 광범위한 시기이며 날짜를 하나도 특정한 것이 없다.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라고 말했다.
혐의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특검 측은 "박영수는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라며 "박영수는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로부터 대가 관계로 받은 것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위 50억 클럽은 김만배 스스로도 허언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라며 "관련 사건에서도 무죄가 선고됐기도 했다"라고 곽상도 전 의원 재판도 언급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우리은행의 1500억 원 여신 의향서 발급 대가로 받았다는 5억 원에 대해선 "박영수가 5억 원을 받아서 김만배의 계좌로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계좌를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특검은 딸을 통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딸과는 독립 생계여서 경제공동체가 아니란 주장을 내놓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딸이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쓰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화천대유에서도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경제적 공동체라고 주장했지만, 박 전 특검 측은 "딸은 이미 결혼을 해 생계를 달리하고 독자적으로 직업을 갖고 생활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