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윤지나,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끝나긴 커녕 확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네요.
◆ 윤지나> 벌써 사망자만 몇 천 명을 넘어서고 전쟁의 악마 같은 본성도 드러나고 있어요. 지난 7일 하마스가 자신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주변의 이스라엘 마을을 공격했고 지금은 이스라엘이 탈환한 상황인데요. 집단 농장에서 최소 40구의 영유아 시신이 발견됐다고 하죠. 그 뒤로 이스라엘이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수천 번의 대규모 폭격으로 가자지구가 완전하게 폐허가 됐다고 합니다.
◇ 채선아>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 대피하라고 얘기했잖아요.
◆ 윤지나> 2006년 이후에 그 가자지구가 6m가 넘는 벽으로 삥 두르고 해상도 봉쇄가 돼서 사실상 나갈 데가 없어요. 그리고 유럽연합이 9일부터 이 지역의 전기 수도 가스 식량 공급을 차단해버린 이스라엘한테 '그러면 안 된다. 인도주의적이지 않다' 얘기하기도 했고요.
◆ 신혜림> 그런데 이스라엘이 국제적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복에 나서고 있는 것 같은데,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됐다는 그 백린탄이라는 걸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더라고요.
◆ 윤지나> 백린탄이라는 게 몸에 닿으면 뼈와 살을 다 녹이고 이렇게 들러붙는대요. 그리고 60도면 불이 붙기 때문에 주변의 산소가 없어질 때까지 웬만하면 안 꺼지는 거예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인터뷰를 보면 "내 아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 되느냐. 이스라엘이 죽인 것은 하마스 지도자가 아니라 수백 명의 시민들이다"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 채선아> 아직 지상전은 시작도 안했는데 이미 이런 상태잖아요. 지상전까지 시작되면 피해가 커질까봐 걱정돼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력 차이가, 병력만 20대 1이라고 하거든요. 이스라엘이 병력으로 밀고 들어가 버리면 이거 그냥 끝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윤지나> 그렇죠. 병력, 화력, 이런 걸로 얘기하면 사실 비교할 의미가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요. 다만 가자지구가 건물이 굉장히 빽빽하게 들어서있거든요.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얘기도 나오다 보니 탱크가 못 들어가요. 도시 전체가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졌다고 보면 되거든요. 그래서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스라엘이 우선 폭격을 통해 시야를 확보하고 지상전을 용이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분석도 나오더라고요.
게다가 하마스는 비정규군이라 민간인과 식별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복하고 기습 공격하고, 심지어 지하에 터널까지 있대요. 언제 갑자기 탁 튀어나와가지고 싸울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이스라엘 군 10명이 하마스 군 1명을 사살하기 위해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지상전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이스라엘측 희생자가 나올 거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죠.
◆ 신혜림> 게다가 하마스는 인질도 방패로 쓰잖아요.
◆ 윤지나> 맞아요. 벌써 100명 넘게 인질로 잡혀 있다고 하잖아요. 게다가 어찌어찌 점령을 했다고 쳐도, 그 뒤가 더 중요해요. 점령이라는 건 그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통치 가능한 체제로 만드는 거잖아요. 우리 옛날에 6.25 때 있던 빨치산들처럼, 가자지구 전체가 하마스의 빨치산 무대처럼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전쟁의 끝이 도대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 채선아> 인질 서로 돌려주고 하면서 이대로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스라엘이나 하마스나 전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 윤지나> 일단 이집트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이스라엘은 협상 없다는 입장이고, 최근 이스라엘 내각 회의에서 한 극우 인사가 "하마스를 잔인하게 공격하고 인질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말라" 이런 얘기까지 했어요. 지금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에서 정치적 위기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하마스에 대한 강경한 대응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탈출구를 만들려는 측면이 있죠. 그러기 위해 이런 비극을 이용하다니 정말 나쁜 것 같습니다.
◇ 채선아> 자기나라 국민인데 인질도 고려하지 말라고 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다니 정말 분노가 드네요.
◆ 신혜림> 여기서 확전될 가능성까지 있는 건가요?
◆ 윤지나> 일단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굉장히 강경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주위는 어떨까? 이란이 중요하다고들 얘기하는데요. 이란의 경우에는 이스라엘과 사이가 안 좋고, 미국으로부터 굉장히 강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예요. 또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은 우리가 이스라엘 공격을 이란과 협의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거든요. 물론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근데 헤즈볼라라고 레바논 접경지역에 있는 무장단체가 있어요. 여기는 1982년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뿌리 뽑겠다면서 팔레스타인 난민이 머물던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자 '못 참겠다'라면서 결성된 무장 조직이에요.
◆ 신혜림> 여기가 하마스 이상의 무장 조직이라고 하던데요?
◆ 윤지나> 단순히 하마스 이상이 아니라 하마스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력이 강합니다. 비공식적으로는 헤즈볼라의 로켓 보유량이 웬만한 아랍 국가들을 초월한 수준이라고 알려져있고요. 이스라엘 국경 안으로 바로 쏠 수 있는 장사정포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이스라엘 접경지역에 여기저기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 헤즈볼라 개입하기 시작하면 진짜 전선 복잡해지는 거예요. 그리고 이제 아랍 국가들이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호 세력으로 형성이 돼있기 때문에 헤즈볼라 편을 드는 국가들도 그래서 굉장히 많아요. 이스라엘이 방위비를 세계에서 15번째로 쓰는 이유도 자기한테 비우호적인 국가들한테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거든요.
◇ 채선아>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원래 가자지구만 점령하려고 했는데, 자칫하다간 다른 곳에 또 적이 생기는 거네요.
◆ 윤지나> 그러니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지상전으로 들어가는 게 시가전의 위험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선을 넓힐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을 해야 되는 거예요.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자고 얘기했다는데 중재 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닌 상황입니다.
사실 하마스는 애초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를 화해시키려는 걸 막기 위해서 이번 전쟁을 일으켰다는 분석들이 있거든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성공한 셈이죠. 사우디도 팔레스타인 편이라고 선언했고, 이란이랑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하마스는 아랍 국가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을 거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지지도 기대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중동정세가 혼란해지면 바이든의 무능이 드러나는 거잖아요. 미국 공화당은 벌써부터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보니, 미국 입장에서도 확전을 방치하기보다는 이스라엘의 1차 보복 공격이 어느 정도 끝나면 인질 협상하고 휴전을 유도하는 쪽으로 압박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채선아> 그런데 그때까지 민간인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할 거 아니에요.
◆ 윤지나> 그러니까요. 2021년에도 하마스랑 이스라엘 사이에 전쟁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이집트가 중재하려고 했는데 둘이 서로 전쟁 안 끝낼 거라고 했어요. 왜냐면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이기 때문인데요. 당시 뉴욕타임즈에서 이렇게 분석합니다.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는 정치적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자극해 권력을 유지하는 전술에 의지해 왔다. 양측은 원하면 언제든 전쟁을 멈출 수 있지만 어느 쪽도 먼저 멈추려 하지 않았다" 기시감이 들죠. 문제는 그때보다 이번에 피해가 훨씬 크다는 건데 빨리 이 둘이 적대적 공생 관계를 멈춰서 민간인의 피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확전이 우려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상황, 총정리 해봤습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윤지나, 신혜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