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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형 제시카법' 보고서엔 "학교 200m내 거주 금지"

법조

    [단독]'한국형 제시카법' 보고서엔 "학교 200m내 거주 금지"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 '거리 제한' 방식 제안
    실제 국회 제출법안엔 '시설 수용'으로 제시
    입법 시기 다섯 달 늦춰지며 방향 바뀌어
    尹대통령 대선 공약 '보호수용제' 닮은꼴
    전문가들 "위헌 소지…거주 자유 박탈"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권순정 기조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제시카법'을 정리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권순정 기조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제시카법'을 정리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도시 밀집형 거주환경 등을 고려해 거주지 제한 거리를 최대 200m 이내로 규정한다. 고위험 성범죄자의 취약계층 접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어린이집과 학교 등 접근금지 지역을 우회 이동하도록 경로를 지정한다."

    법무부가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위해 발주한 정책 연구용역의 최종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고위험 성범죄자를 학교나 유치원 등으로부터 200m 밖으로 추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용역 결과와 정반대인 '지정 시설 거주' 방식이 입법 방향으로 결정됐다.

    CBS노컷뉴스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을 통해 '성범죄자 재발방지 및 출소 후 관리 대책' 보고서 주요 내용을 입수했다.

    보고서는 학교 등 교육시설로부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거리를 최대 200m 이내로 규정하는 방식의 한국형 제시카법을 제안했다.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를 교육시설로부터 약 300~60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제시카법과 유사한 방식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도시 밀집형 거주환경 등을 고려해 거주지 제한 거리를 최대 200m 이내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거주 제한이 미국보다 다소 완화한 만큼 성범죄자의 이동 경로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성범죄자가 이동할 때는 학교 등 교육시설을 우회하도록 통제하는 식이다.

    법무부는 지난 1월 한국형 제시카법을 올해 5대 핵심 추진 과제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한 뒤 입법을 준비했다. 당시 법무부는 학교 등으로부터 500m 밖으로 거주를 제한하는 방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예고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예고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일각에선 법무부 입법예고 시기가 애초 계획인 지난 5월보다 약 5개월 늦춰지는 동안 거주 제한 입법 방향이 '거리 제한'에서 '시설 수용'으로 정반대로 바뀐 배경에 주목한다.

    특히 법무부가 제시한 '시설 수용' 방식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보호수용제도'와 닮은꼴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보호수용제는 형을 마치고 출소한 범죄자를 일정 기간 정해진 시설에 살게 해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제도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2회 이상 살인 △3회 이상 성폭력 △13세 미만 대상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제시카법 적용 대상은 3회 이상 또는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중 징역 10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내놓은 '시설 수용' 방식이 기존 연구용역 제시안보다 거주 및 이전의 자유를 훨씬 더 강력하게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기존 안은 좁은 범위 내에서나마 선택권이 있었지만 새로운 안은 선택 가능성 자체를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 제한이) 피해자 보호나 범죄예방 효과가 크지 않고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위헌 소지도 여전하다. 장 교수는 "과거 보호감호제도가 왜 사라졌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결국 이중처벌 및 위헌 논란이 원인이었다"며 "법무부 안도 위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도 "위헌성 논란을 너무나 가중시킬 뿐 아니라 이미 헌재에서 위헌으로 봤던 보호수용(감호)을 다시 부활하는 측면이 있다. 과잉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안이) 만점짜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1년 가까이 연구해 최선의 방안을 냈다"며 "처음에는 미국 제시카법처럼 (학교로부터) 추방하는 방식을 생각했지만 지역이나 빈부에 따른 치안 격차를 민주국가에서 허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선회했다"고 밝혔다. 위헌 소지에 대해선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라 이중처벌로 볼 수 없고 위헌도 아니"라면서 "(적용 대상은) 입이 떡 벌어지는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구 보고서는 미국의 거리제한 방식과 지정 거주 방식 두 가지를 모두 제안한다는 취지다. 노숙자화로 인한 재범 우려 및 치안 불안 등 거리제한 방식의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내용도 있다"며 "용역 결과와 법안 발의 방향이 반대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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