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거리 음식점이 모여있는 골목. 김정록 기자"아무래도 좀 침착한 분위기인 것 같아요."
핼러윈 축제를 앞둔 27일 금요일 오후 9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를 바라보던 한 술집 직원의 말이다.
예년과 다르게 눈에 띄게 특이한 복장을 입은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한 외국인 무리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분홍색 죄수복을 입어 주변의 눈길을 빼앗았다. 그만큼 코스튬을 입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 관광특구 인근을 찾은 시민들은 약 8만명으로 집계됐다. 평상시 금요일 저녁 인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핼러윈 데이를 앞둔 금요일에는 약 7만명이 모였다.
핼러윈 축제로 분위기가 유난스럽게 들뜨진 않았지만 북적이는 인파에 인근 음식점 직원들은 분주했다. 한 술집 직원은 "(핼러윈 데이라고) 특별히 손님이 많이 온 것 같지는 않다"며 "원래 금요일에는 4~5팀씩 대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는) 굳이 핼러윈 분위기로 과하게 꾸미려고 하지 않았다"며 "손님들도 딱히 핼러윈 분위기라고 가게를 방문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포구청·마포경찰서 등 관계 부처는 혹시라도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박강수 마포구청장, 임성순 마포경찰서장, 김용근 마포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부터 1시간 동안 홍대거리 인근을 도보순찰했다.
대규모 합동 도보 순찰을 보는 시민들은 '마음이 놓인다'는 반응과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반응으로 나위었다.
횟집을 운영하는 공모(46)씨는 "나라에서 신경을 써주니 나쁠것은 없다"며 "곳곳에 공무원들이 배치됐던데 다들 고생하니 고맙다"고 말했다.
유튜브 생중계를 하던 한 시민도 "'이태원 참사'때문에 이렇게 관리하는 것 같다"며 "굳이 인파 사고는 아니더라도 경찰들이 있으니 범죄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홍대거리 인근에서 경찰이 인파관리를 하고있다. 김정록 기자홍대거리 골목 곳곳에는 구청 직원과 경찰이 경광봉을 흔들며 인파를 관리했다. 특히 폭이 좁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골목은 펜스를 설치해 좌·우 분리 통행을 안내했다.
휴가를 나온 군인 최모 상병은 "탕후루 가게들이 모인 골목이 손님 줄도 길고 좀 좁아보이기는 했다"며 "그런 곳에 (경찰이) 관리를 해주니 사고날 걱정은 없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반면 여자친구와 홍대거리를 찾은 20대 김건희씨는 "갑자기 '홍해가 갈라지듯이' 사람들이 쫙 나뉘길래 연예인이 왔나 했다"며 "알고보니 정치인들이 순찰을 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를 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과하게 보여주기식 아닌가 싶다"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음식점에서 합동순찰을 바라보던 한모(30)씨는 "마포구 보안관이 뜬 것 같다"며 "큰 도로에서 음식점 입간판을 치우는 것도 좋지만 진짜 위험해 보이는 골목에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대거리 인근에 인파밀집지역 경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정록 기자관계 부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안전에 대해서는 과잉해서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구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안전대책은 부족보다는 차라리 과잉이 낫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는 핼러윈 기간 홍대를 찾는 구민과 관광객의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계 부처는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홍대 레드로드 일대 다중인파 특별 안전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마포구(600명), 경찰(1750명), 소방(300명), 민간(200명) 등 점검인원 총 2850명이 투입한다. 의료인 4명과 구급차 1대를 포함한 응급의료소도 함꼐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