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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한 달 살기'로 세계 여행 46번, 비결은?"

여행/레저

    "10년 동안 '한 달 살기'로 세계 여행 46번, 비결은?"

    <여행작가 10년 차, 김은덕·백종민 부부>
    2013년 결혼, 전세금 빼서 2년 신혼여행
    '한 도시 한 달 살기'만 10년 동안 46번
    숙소와 생활비 月200만원 정도로 해결
    "한국에 가진 게 없어야 떠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테헤란과 조지아
    서로 다른 여행스타일, 많이 싸우기도
    차이가 오히려 새로운 경험의 발판으로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은덕, 백종민 (여행작가)
     
    ◇ 채선아> 10년 차쯤 되면 남한테 할 말이 생긴다. 한자리에서 10년 이상 밥 벌어 먹고 사는 각가지 생활 속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는 시간. <10년 차>! 반복되는 일상이 계속되면 여행이 고파지죠.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리고 싶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상상을 10년 넘게 현실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모셨습니다. 전 세계를 느긋하게 머물며 여행하는 김은덕, 백종민 부부 나와 계세요. 어서 오세요.

    ◆ 김은덕, 백종민> 안녕하세요.

    ◇ 채선아> 그냥 여행도 아니고 한 달 살기 여행을 계속 해오신 건데, 한 달 살기라는 게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거잖아요. 누구나 이런 생활을 꿈꿔요. 휴가도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가면 너무 좋겠지만, 일도 있고 시간도 뺄 수가 없고 돈도 없고 이러니까 다들 짧게 간단 말이에요. 두 분은 어떻게 한 달 살기를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 백종민> 2013년에 저희가 결혼하자마자 전세금을 빼서, 그러니까 있는 돈을 다 털어서 간 거죠. 2년 장기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남들처럼 배낭 여행을 간 게 아니라 한 달씩 한 도시에서 머물면서 길게 여행을 해보자고 계획을 세워서 떠났고요. 지금까지 10년이고 도시는 46번 돌았습니다.


    ◇ 채선아> 한 달 살기 트렌드의 원조라고 볼 수 있을까요?

    ◆ 백종민> 부끄럽지만 저희를 통해서 한 달 살기를 알게 된 분들이 많죠. (웃음)

    ◇ 채선아> 신혼여행을 2년을 가신 거잖아요. 그 기간은 어떻게 설정하신 거예요?

    ◆ 백종민> 보통 1년 정도 세계여행을 갔다 오시더라고요. 그럼 2년을 간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우리는 특이점을 둬야겠다고 해서 2년이고요. 한 대륙에 8개월씩 머물다 보면 2년 정도 시간이 채워지겠다. 저희가 유럽, 아시아, 그리고 남미 대륙을 8개월씩 여행을 했거든요. 그래서 2년 정도 계획을 잡아서 나갔던 거죠.

    ◇ 채선아> 전세자금을 빼서 세계여행을 2년 동안 갔다는 것만 해도 책에 쓸 얘기고 보통 세계여행 다녀오신 분들 대부분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잘 쓴다거나 해서 취직하잖아요. 그런데 두 분은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한 달 살기를 시작하셨다는 거죠?

    ◆ 김은덕> 책이 나온 뒤 운이 좋게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그래서 글을 쓰는 걸 직업으로 삼게 되면 우리가 계속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여행하면서 살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던 거고요. 사실 작가라는 직업은 노트북만 있으면 전 세계에서 할 수 있잖아요.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어서 작가가 된 케이스입니다.

    ◇ 채선아> 10년 전에 처음 여행했을 때와 지금이 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백종민> 처음에 나갔을 때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었어요. 제 체형이 외국인들이 볼 때 강남 스타일을 부르는 싸이 씨하고 비슷했나 봐요. 그래서 약간 '짝퉁 싸이' 느낌으로 저를 바라보고 '말춤 춰봐라' 그리고 이스탄불에서는 방송국에서 갑자기 저를 캐스팅해서 싸이 말춤 추면서 (웃음) 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찍어갔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 전에 스위스에 갔을 때는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이 굉장히 유행했을 때였거든요. 기차를 타고 가면 옆에 있던 분들이 "한국 콘텐츠 너무 잘 보고 있다"면서 특히 오징어게임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이렇게 이야기의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K-POP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잖아요. 요즘에는 외국에 나가 있으면 K-POP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이 저희가 한국인인 걸 눈치를 채면 다가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아는지, 그들의 위상이 한국에선 어떤지를 물어봅니다. 확인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더라고요.

    ◇ 채선아> 10년 동안 한국인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도 달라지긴 했지만 긴 시간 여행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나 생각도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 김은덕> 10년 동안 우리 많이 싸웠죠. (웃음)


    ◆ 백종민> (웃음) 성향이 굉장히 달라요. 저는 감성적인데 여행 스케줄은 시간별로 타임 테이블을 만드는 완벽주의자고요. 은덕 씨는 굉장히 이성주의자인데 여행에 나가면 즉흥적이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게 있으면 여행 일정을 다 틀어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둘이 여행을 갔으니까 계속 싸우죠.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점심시간이었는데 프랑스 파리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공원에 나와서 샌드위치를 먹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공원에서 일정이 안 맞아서 서로 싸우고 있었거든요. 한참 싸우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까 이 사람들이 저희를 주목하고 있는 거예요. 너무 창피했죠. 그래서 목소리를 낮추고 우아하게 싸웠습니다. (웃음)

    ◇ 채선아> 화해는 하셨나요?

    ◆ 백종민> 네, 화해했으니까 같이 살고 있죠.

    ◇ 채선아> 두 분이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특히 더 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종민 씨는 계획표를 철저히 잘 짜는 편이고 은덕 씨는 즉흥적이신 편인 거잖아요. 이 차이를 어떻게 줄이시는 거예요?

    ◆ 백종민> 처음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싸웠던 것처럼 자기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고 굉장히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까 이 사람과 나는 살아온 환경과 시간, 장소가 다 다르잖아요. 이 사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없다, 그러니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서 내가 이 사람에게 한 발짝 가고 이 사람도 나에게 한 발자국 오면 그 거리의 간격이 좁혀지니까 이야기를 더 잘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고요.

    ◆ 김은덕> 엑셀 표에 타임 테이블을 적어놓은 사람과 같이 여행하다 보니까 정말 편리한 점이 많아요. (웃음) 그걸 알게 되니까 저도 약간의 즉흥성은 버리고 어느 정도 이쪽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백종민> 저희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보잖아요. 그러니까 여행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나의 사고의 폭도 넓어져요. 많이 배우게 되는 거죠. 만약 친구랑 여행 갔는데 비슷한 성향이랑 가면 안 싸우고 좋잖아요. 돌아올 때까지 행복하고 내가 가고 싶은 데를 가는데 다른 사람이랑 가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걸 제안을 하거든요. 마음에 안 들어도 한 발짝 다가가서 같이 보고 오면 내가 모르던 세상을 자연스럽게 배우기 온다는 걸 저희는 깨닫고 오게 됐어요.

    ◇ 채선아> 그 지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 한 사람한테 맞추는 게 아니라 서로가 한 걸음씩 양보하고 한 걸음씩 다가간다. 이게 가능했던 게 한 달 살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김은덕> 바쁘게 다니면 시간이 없으니까 저도 엑셀 시간대로 따라다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한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졌으니까 어느 정도 즉흥적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계속 제안하는 거고요. 종민 씨는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싶은 거고 그러니까 이런 모든 과정들이 시간이 많은 한 달 살기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 백종민> 여행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가서 실패도 하고 오류도 생기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이 부족하면 마음이 더 촉박해져서 싸우게 되는데요. 여유가 있으니까 오늘 하루 틀린다고 하더라도 '맞아. 내일은 또다시 그 오류를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마음이 여유로워져요.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요즘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돈 많은 사람도 아니고 마음이 넓은 사람도 아니다. 바로 시간이 많은 사람이다. 저희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를 배려하면서 여행할 수 있어요.


    ◇ 채선아> 현실에서는 하나 실패하면 엄청 실수가 되는데 여행에서는 그게 아니니까 실패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고요. 여행지는 어떻게 정하시는 거예요?

    ◆ 김은덕> 저희가 각자 가고 싶은 도시가 또 따로 있을 거잖아요. 물론 이때도 싸우지만 이성적으로 PPT를 만들어서 왜 이 도시에 가야 되는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꼭 거치곤 하죠.

    ◆ 백종민> PPT를 만들려면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내가 그 도시에 알아야 이 사람을 설득할 수 있으니까요. PPT에서 성공했을 때 그 도시에 가면 볼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결국에는 나의 여행을 채우는 좀 번거롭지만 좋은 시간이에요.

    ◇ 채선아> 여행의 베테랑들이신 건데, 두 분께 이건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해외에 나가면 빈대가 많다는 얘기가 있거든요. 한국은 40년 만에 난리가 났는데 혹시 두 분은 겪어보셨는지?

    ◆ 김은덕> 저는 히말라야에 트래킹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산장에서 다리에 빈대가 많이 물렸어요. 그냥 가려운 정도가 아니라 상처를 통해 고름이 나왔어요. 그래서 바르는 약으로는 통하지 않았고 항생제, 그것도 가장 강한 항생제가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이 항생제를 구매할 수 있는 나라가 있고 없는 나라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독한 항생제는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하거든요.

    반면에 네팔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는 항생제를 약국에서도 살 수 있어요. 그래서 만약에 유럽 같은 나라에 가시면 미리 항생제를 처방을 받아서 가시면 좋고요. 네팔, 베트남,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예정이라면 거기서 사셔도 무방합니다.


    ◇ 채선아> 두 분 얘기를 들으면서 많은 분들이 질문을 보내주셨는데 "비용 충당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 질문이 가장 많아요.

    ◆ 김은덕> 10년 차 여행 작가라 작가를 하면서 연재하고 글을 쓰는 인세도 있고요. 그리고 강연도 있고 여러 채널에 출연도 하면서 최소한의 밥벌이는 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최소한의 밥벌이한 것으로 여행을 가시는 건가요?

    ◆ 백종민> 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한국에서 한 달 쓰는 월 생활비나 외국에서 쓰는 월 생활비가 저희는 규모가 같거든요. 보통 여행 가시는 분들은 여행 간다고 좀 더 펑펑 쓰시잖아요. 저희는 생활비와 같게 유지하니까 계속 오랫동안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되더라고요.

    ◇ 채선아> 그럼 비행기 티켓값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거네요.




    ◆ 김은덕> 네. 숙소비도 월 500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보통은 1박에 200달러씩 하잖아요 그런데 한 달씩 머물게 되면 숙소비를 절약할 수 있어요. 그래서 생활비 월 1천 달러, 그리고 숙소비 월 500달러, 이 정도로 맞춰놓은 상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니까 10년 동안 46번이나 할 수 있었던 거죠. 또 항공권도 7~8월 성수기나 12월 성탄절, 1월 1일 새해, 이렇게 아주 비싼 초초초 성수기를 피해서 다닐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한 30% 혹은 50% 이상 절약하면서 구매할 수 있는 거죠.

    ◇ 채선아> 여행이 비싸다고 느꼈던 이유가 그거였군요.

    ◆ 김은덕> 숙박도 예약 사이트에서 숙소를 고를 때 바로 한 번에 결제하지 않고 집을 내주는 호스트한테 거래를 제안해요. "너네 한 500달러 선에서 맞춰줄 수 있니?" 그런 식으로 해서 ok가 나는 곳에만 숙소 예약을 하고 있는 거죠.

    ◆ 백종민> 대신 할인하면 조건을 붙이는 거죠. 그 집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해 주기로 했는데 우리는 필요 없다고 하거나.

    ◇ 채선아>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언젠가 정말 한 달 살기를 떠나고 싶습니다. 저의 바람이고요. 지금까지 전 세계 46개 도시를 누비셨다고 하잖아요.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 백종민> 저부터 말씀드리면 좀 충격적인 곳인데요. 이란 테헤란이에요. 보통 서방 세계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테헤란의 정보는 굉장히 위험하고 사람들도 폭력적일 것 같은데 가서 경험해 보니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없어요. 마치 이 사람들은 친절, 환대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인 것처럼. 그 사람들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외국인을 보니까 인사를 꼭 하고 싶은 거예요. 와서 "Welcome to the Iran" 이러고 가요.

    그리고 저희가 어디 찾아가려면 지도를 보고 있어야 되잖아요. 지도를 보고 있으면 반드시 와요. '어디 가려고 그러느냐' 그래서 어디 간다고 그러면 '이렇게 가면 된다' 안내해 주고요. 그래도 불안한지 택시를 같이 타고 가서 택시비 내주고 '여기가 너희 목적지야'라고 하고 돌아가고요. 또 그중에 또 몇몇은 돌아가다가 '안 되겠다. 내가 불안해서 안 되니까 오늘 저녁에 우리 집 가서 저녁을 먹자'


    ◇ 채선아> 갑자기 초대를 한다고요?

    ◆ 김은덕> 그래서 저희가 이란 테헤란에서는 30만 원도 채 못 썼어요. 늘 초대받아서 끼니를 해결했기 때문에 돈 쓸 일이 없는 거예요.

    ◇ 채선아> 그런데 저는 못 믿을 것 같거든요. 겁나서 못 갈 것 같은데

    ◆ 백종민> 그래서 처음에 호의를 베푸는 사람한테 바로 가지는 않았고요. 한두 번 정도 만나고 그래도 괜찮겠다 싶으면 가고 이제 친구가 된 거죠.  

    ◇ 채선아> 그 친구가 또 친구의 친구로 이어지면서 계속 초대를 받으신 거예요?

    ◆ 백종민> 네. 그래서 이란 테헤란에 가실 때 여자분들은 부르카를 하고 히잡을 써야 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가시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나실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채선아> 이란에는 외국인이 별로 없나요?  

    ◆ 김은덕> 그렇죠. 가기도 힘들뿐더러 외국인도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게다가 우리는 완전히 생김새가 다르잖아요. 누가 봐도 그러니까 이들로서는 너무 신기한 거죠

    ◇ 채선아> 그럼 은덕 님은 어디가 가장 좋으셨어요?

    ◆ 김은덕> 제가 와인을 되게 좋아하는데 최근에 조지아에 다녀왔어요. 조지아 트빌리시는 터키 옆에 있는 나라인데요. 와인이 최초로 생산된 곳이에요.

     
    ◆ 백종민> 와인 색이 파란 색인데 저게 색소를 넣은 게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 제조법에 의해서 나오는 색이래요.
       
    ◆ 김은덕> 그래서 와인 퀄리티도 너무 좋고 가격도 너무 저렴해요. 그런데 이 나라 음식들이 모두 다 와인과 찰떡이에요. 그래서 너무 맛있는 거죠. 
       
    ◇ 채선아>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면 좋겠네요. 저희 10년 차 출연자분들한테는 꼭 드리는 질문인데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글을 쓰며 여행하는 삶을 사실 건가요?

    ◆ 백종민> 네. 이 삶을 사는데요. 조건을 하나 달고 싶네요. 저는 김은덕으로 태어나서 백종민을 데리고 여행을 가겠습니다. (웃음) 지금 저희 둘이 여행을 다니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역할을 바꿔서 김은덕으로 태어나서 저와 함께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채선아> (웃음) 내가 더 고생한다?

    ◆ 백종민> (웃음) 네 맞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생한다고 생각하니까

    ◇ 채선아> 아내분의 입장에서 은덕 님은 어떠신가요?

    ◆ 김은덕> (웃음) 그럴 만도 하다.

    ◇ 채선아> 그러면 다시 태어나도 이 삶을 사실 건가요?

    ◆ 김은덕> 그렇죠.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누구나 꿈꾸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다만 만약에 우리가 남들처럼 자동차도 있고 좋은 집도 있고 좋은 옷 사고 살았더라면 과연 10년 동안 46번이나 한 달 살기를 과연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 채선아> 그렇죠. 집을 한 번 사면 대출에 시달리고 어디 갈 수 없는 사정이 되니까요.

    ◆ 김은덕> 많이 가질수록 못 떠난다는 이야기를 저희가 이렇게 살아보니까 알겠더라고요.


    ◇ 채선아> 가진 게 없어야 떠날 수 있다.
       
    ◆ 김은덕> 저희가 2년 동안 신혼여행으로 한국에 한 번도 들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한 달 살기를 했거든요. 그때 가져갔던 짐이 비행기에 들어가는 기내용 캐리어 있잖아요. 조그만 20인치 캐리어 각자 하나씩 들었고요. 노트북 배낭 하나씩 들었어요. 그거 들고 2년 동안 세계 여행을 했던 거죠.

    ◇ 채선아> 어떻게 그 안에 다 넣으셨어요?

    ◆ 백종민> 그 안에 전기밥솥도 하나 들어갔고요. 전기장판도 들어가 있었고요. 저희가 2년 동안 입을 옷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이 다 들어가 있는데 한 달 살기니까 또 가능했던 부분이 한 달 살려면 샴푸도 필요하고 비누도 필요하고 생필품이 필요하잖아요. 가자마자 사서 한 달 동안 쓰고 버리고 오면 그만큼의 공간은 비워지니까 그렇게 여행을 하시면 좋습니다.

    ◇ 채선아> 그럼 옷은 어떻게 해요?

    ◆ 김은덕> 저희가 2년을 다녀왔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봄도 있고 가을도 있고 여름도 있고 겨울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서 옷이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백종민 씨는 정말로 스케줄의 대왕이에요. 너무 잘 짜요. 그래서 2년을 돌 때 여름으로만 돌았어요.

    ◇ 채선아> 계절에 맞춰서요?

    ◆ 김은덕> 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유럽 8개월은 봄, 가을로 갔던 거예요. 그리고 남미 대륙으로 넘어가면 또 봄과 여름인 거예요. 그렇게 8개월을 돌고 동남아로 갔어요. 그런 식으로 여름으로만 돌았기 때문에 겨울옷은 필요가 없었던 거죠.

    ◇ 채선아> 그런 걸 다 고려해서 여행 루트를 짜신 거예요?

    ◆ 백종민> 그렇죠. 저희가 가지고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먼저 살피고 거기에 맞춰서 여행을 해야 하는데 짐 가방이 크지 않으니까 제일 먼저 줄일 수 있는 게 옷이더라고요. 그래서 여름으로 스케줄을 딱 잡은 거고 저희가 한 달 살기를 처음에 계획했던 것도 저희가 돈이 전세금밖에 없고 그걸 다 쓰고 올 거니까 최소한 비용을 줄여보겠다 했는데 숙박비를 한 달씩 계산하면 할인이 되더라고요. 또 여행비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이 교통비예요. 세계여행 가시면 제일 많이 쓰는 게 교통비인데 저희는 다른 도시를 많이 둘러보기보다는 한 도시를 깊이 보자 해서 한 도시를 선택해서 여행을 하고 있는 거죠.

    ◇ 채선아>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가고 싶네요. 앞으로 두 분의 여행도 기대하겠습니다. 김은덕, 백종민, 두 분의 여행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은덕, 백종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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