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윤창원 기자지난 10월 여권(與圈)의 참패로 끝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수습책으로 출범했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뼈 아픈 대목은 인요한 위원장의 리더십이다. 초반 '반윤(反尹)'에 섰던 인사들과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등 나름의 임팩트를 줬었지만, 뒤로 갈수록 동력이 현저히 꺾이는 모습이다. 호기 있게 이른바 '친윤(親尹)'을 표방했던 현 지도부 및 핵심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진 사례가 1건도 없다.
거친 언사도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인 위원장의 발언은 당 안팎에 부정적 파장을 낳고 있다.
그는 당일 충남 태안군 '홍익대 만리포 해양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행사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라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예의 문화를 거론하며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화는 '가정교육' 지적이야말로 참을 수 없는 결례로 받아들인다.
이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이 포함된 기사를 공유하며 "정치하는 데 부모 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 '패드립'(패륜적 말싸움)이 혁신이냐"라고 꼬집었다.
인 위원장은 논란이 거세지고 난 뒤인 이날 저녁 무렵에서야 "제가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하게된 것 같다"라며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인 위원장은 자신이 선취했던 명분을 잃어버린 셈이 됐다. 지난 4일 이 전 대표가 미국계인 인 위원장에게 'Mr. 린트'이라며 영어로 답변했을 당시만 해도 여론은 이 전 대표보다 인 위원장에게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속된 말로 '요즘 것들 싸가지 없다'라는 전형적인 '꼰대' 프레임을 끌어들이면서 적어도 젊은 표심을 놓고 벌인 싸움에서 인 위원장이 얻을 것이 없어 보인다.
혁신위 내부 분란 움직임도 인 위원장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증언이 엇갈리고 있지만, 일부 혁신위원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공천 여부와 결부 지은 것은 혁신위 자체가 혁신 대상임을 자인한 결과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용퇴를 주장해놓고, 윤석열 대통령을 '나랏님'으로 표현한 것도 자가당착이라는 평가다. 당내에서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나랏님인데 왜 비판했느냐"(김웅 의원)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인 위원장이 희생을 요구한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과 프리토킹하는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혁신위는 '희생', '용퇴' 등과 관련된 2호 혁신안을 오는 30일 회의에서 공식 안건으로 의결할 방침이지만, 최고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날 혁신위의 4호(전략공천 배제), 5호(과학기술 인재 공천 확대) 혁신안 수용 여부와 관련, 박정하 대변인은 "공천과 관련한 것은 불가피하게 공관위가 결정하고 의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당 최고위나 지도부도 거기에 영향을 미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로선 '용퇴' 혁신안에 대해선 김 대표 등 당사자들의 결단으로 넘겼고, 공천 관련 안건들은 최고위의 권한 밖이란 이유를 들어 사실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