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공제조합.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
①[단독]'대표님 찬스'로 7600만원 공짜 골프…내부 감사 적발 ②[단독]前금배지-現운영위원장은 비켜간 '비리 수사' ③[단독]"공짜골프 다 삭제해" "정경심이 괜히 잡혔겠습니까" ④[단독]'비자금 수사 대비' 김앤장에 수억원…공금 쓴 협회장 ⑤[단독]국토부가 수사의뢰했는데…'시행령 찬스'로 화려한 복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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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균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이 법률자문료 횡령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는 와중에 다시 정부 피감기관의 최고위 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정부에서도 신 위원장 관련 의혹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 후 경찰에 직접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협회와 조합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가 복귀한 데에는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에서 수사 의뢰했는데 정권바뀌니 다시 '꽃길'
2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 2021년 8월 신홍균 위원장의 비자금 조성과 법률자문비 공금 사용 등의 의혹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
앞서 2020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국토부가 2021년 1월 특별감사를 벌인 후 취한 조치다.
하지만 이미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진행된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검찰이 넘겨받아 수사를 하던 상황이라 4개월 만에 수사는 중단됐다.
신 위원장과 함께 수사 의뢰를 받은 협회 산하 건설정책연구원장 A씨는 같은 해 11월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검찰은 올해 3월 15일 이례적으로 7년이나 걸린 끝에 신 위원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의 이름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협회 경기도지회에서 쪼개기 후원을 하고, 이를 중앙회에서 시도 지원금으로 충당해주는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거액의 법률자문료를 협회 예산으로 지불한 횡령 의혹은 아직도 검찰 단계에 있다. 경찰은 검찰의 결정을 보고 수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신 위원장은 이 건도 "무혐의가 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업계에서는 신 위원장이 고발자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정부가 수사의뢰한 신 위원장이 아무일 없었던 듯이 다시 피감기관 최고위 자리에 앉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 위원장의 법률 자문료 횡령 혐의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공제조합이 민원 넣은 시행령…"누굴 위한 개정인가"
스마트이미지 제공신 위원장이 두 번째로 운영위원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시행령 찬스' 덕분이다.
경찰과 검찰 수사와 국토부의 수사의뢰가 진행되면서 한동안 조합과 협회에서 떨어져 있던 신 위원장은 올 9월 6일 조합 운영위원으로 선출됐다.
공석은 없었지만 한달 전인 8월 8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공제조합 운영위원 숫자가 9명에서 14명으로 늘어나면서 신 위원장이 복귀할 자리가 마련됐다. 앞서 2021년 정부는 운영위원 숫자를 기존 '8명 이상 13명 이하'에서 '9명 이하'로 줄였는데 2년만에 거의 원상태로 되돌렸다.
이미 협회 회장과 조합 운영위원장을 한번씩 거친 신 위원장은 운영위원에 선출된지 1주일만에 다시 운영위원장으로 일사천리로 뽑혔다. 2013년 운영위원장을 맡은지 10년만이다. 운영위원회는 조합의 중요한 사업과 예산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조합 안팎에선 신 위원장이 애초 조합 이사장을 노렸다가 정권에서 이은재 이사장(전 국민의힘 의원)을 낙점하면서 절충안으로 운영위원장으로 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사의뢰했던 사람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꽃길을 걷게 됐다"면서 "누구를 위한 시행령 개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시행령 개정은 조합 측의 민원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특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운영위원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의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기관과 논의를 거쳐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 위원장이 입장을 바꿔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이 이사장을 적극 지지했던 점을 거론하며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