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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자금 수사 대비' 김앤장에 수억원…공금 쓴 협회장

사건/사고

    [단독]'비자금 수사 대비' 김앤장에 수억원…공금 쓴 협회장

    편집자 주

    정권이 바뀔때마다 여야 정치인들이 번갈아 거쳐가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6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3만7천여개의 회원사와 5만9천여명의 조합원으로부터 걷은 회비를 통해서다. 조합은 건설 단체 중에서 회원사가 가장 많은 전문건설협회와 사실상 '한몸'이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사이 협회와 조합은 각종 비리가 겹겹이 누적됐다. CBS노컷뉴스는 이들 단체의 숨겨진 민낯을 추적해 보도한다.

    [전문건설협회·조합 비리 카르텔④]
    신홍균 전 회장, 2016년 비자금 수사에 '김앤장' 자문
    자문료 총 7억7천만원…비자금 혐의 액수보다 많아
    "개인비리에 왜 공금 쓰나" 내부 비판에도 공금 지출
    회장 그만두고도 법카 1억원 이상 사용…규정 위반
    정권 바뀌고 올해 다시 조합 운영위원장으로 선출

    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단독]'대표님 찬스'로 7600만원 공짜 골프…내부 감사 적발
    ②[단독]前금배지-現운영위원장은 비켜간 '비리 수사'
    ③[단독]"공짜골프 다 삭제해" "정경심이 괜히 잡혔겠습니까"
    ④[단독]'비자금 수사 대비' 김앤장에 수억원…공금 쓴 협회장
    (계속)

    전문건설공제조합의 신홍균 운영위원장이 지난 2016년 경찰 비자금 사건 수사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4억원이 넘는 법률 자문료를 협회 예산으로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위원장이 전문건설협회 회장일 때의 일이다. 개인 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수사에 막대한 공금을 썼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지만, 그는 정권이 바뀐 뒤 조합 운영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신 위원장은 또 협회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정관을 어기고 법인 카드를 1억원 이상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이런 식으로 협회에 끼친 손해는 7억원 가까이 된다.

    국내 최대 로펌에 거액 법률자문료…'배보다 큰 배꼽'

    김앤장 법률사무소. 연합뉴스김앤장 법률사무소. 연합뉴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6년 12월 중하순쯤 열린 전문건설협회 이사회 회의에서 신 위원장은 의장 자격으로 김앤장과의 계약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경찰 비자금 수사를 받게 된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법률 자문료 지출을 승인해 달라고 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김앤장에는 별도의 경찰팀이 있다"고 발언하며 이사회를 적극 설득하기도 했다.

    결국 협회는 같은 달 말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던 신 운영위원장의 서명이 들어갔다.

    김앤장과 자문 계약을 맺은 것은 경찰청 특수수서과는 7억원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인지 얼마 안돼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같은해 12월 12일 협회 사무실 등 6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이에 협회는 김앤장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고 비용을 공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협회 중앙회와 경기도회 등에서 총 7억7천만원을 김앤장에 지불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당시 신 위원장과 서울시 지회장, 경기도 지회장 등 3명이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두 곳에서 들인 법률자문료는 비자금 의심 금액보다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면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김앤장에서는 검찰총장 후보로 올랐던 거물급 전관과 해당 사건 수사 주체인 특수수사과장을 거친 경찰 고위직 출신 등 10명 가량이 사건을 맡았다.  

    협회는 김앤장에 1억원 상당씩 선불로 지급하고, 해당 금액만큼 자문하게 되면 다시 '충전'하는 식으로 4차례에 나눠 비용을 냈다.

    경찰의 수사는 신 위원장이 무용담처럼 떠벌리고 다닌 정치 자금 발언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신 홍균 회장이 총선을 앞두고 고문들이 있는 자리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30명에게 수백만원씩 돈을 뿌렸다'고 얘기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쪼개기 후원금 형식으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에게 돈이 흘러간 것으로 보고 3개월간 수사를 벌였다. 박 의원은 협회 회장 출신이다.

    "왜 협회가 부담하나"…무리한 경쟁자 징계로 소송비도 날려

    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
    당연히 경찰 수사의 초점은 신 위원장을 정점으로 협회 임원들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협회 차원의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협회 자금을 끌어다 썼다.

    당시 대표회원 412명은 "이번 수사는 판공비와 정보비, 지원금의 용처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 청원을 넣기도 했다. 비자금의 원천으로 지목된 판공비, 시도지회 지원금 등은 협회 회장이 결정권을 갖는 예산이다.

    김앤장 변호사가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한 신 위원장은 이번에도 법망을 피했다. 수사가 시작된지 7년 여만인 올해 3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결과다. 일부 협회 관계자만 수백 만원의 벌금이 떨어졌다.

    신 위원장은 본인이 주도한 소송 비용을 위해 억대의 예산 출혈을 일으키기도 했다.
     
    협회가 2016년 4월 8일 차기 출마 예정자인 심모씨에 대해 무리한 징계 처분을 내렸다가 소송에 휘말린 것. 문제의 징계는 2015년 협회장 선거에서 신 위원장과 경쟁했던 심씨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소송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씨는 협회를 상대로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이겼고, 소송비용 약 1억5천만원은 협회에서 나갔다.

    회장 그만두고도 법카 사용…1억원 넘게 써


    신 위원장이 협회 예산에 피해를 준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2년 임기의 회장직에서 물러난 2017년 11월 이후에도 법인카드를 1억원 이상 썼다. 하루에 수백만원을 쓴 경우도 적지 않고, 골프장에서도 법인카드를 썼다. 일부는 유흥주점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신 위원장의 법인카드 사용은 협회 정관을 위반한 것이다. 그는 명예회장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협회 정관 19조에는 "명예회장 및 고문에게는 예산의 범위안에서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 또는 거마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신 위원장은 다른 명예회장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식으로 그가 협회에 끼친 금전적 부담은 7억원에 육박한다.  

    법률자문비 공금 지출에 대해 신 위원장은 "각 시도지회도 다 법률 자문을 한 것이고, (협회 예산 지출은) 이사회와 총회 승인을 받았다"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경쟁자에 대해 무리하게 징계한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민원이 들어와 윤리위 등을 통해 징계기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법카 사용에 대해선 "회장을 대신해서 간 자리에서 법인 카드를 썼다"면서 "술집에 갔는지는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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