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공제조합.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
①[단독]'대표님 찬스'로 7600만원 공짜 골프…내부 감사 적발 ②[단독]前금배지-現운영위원장은 비켜간 '비리 수사' ③[단독]"공짜골프 다 삭제해" "정경심이 괜히 잡혔겠습니까" ④[단독]'비자금 수사 대비' 김앤장에 수억원…공금 쓴 협회장 ⑤[단독]국토부가 수사의뢰했는데…'시행령 찬스'로 화려한 복귀 ⑥[단독]직무정지인데 판공비 5천만원 빼내다 '들통' (끝) |
윤학수 전문건설협회 회장이 지난해 부정선거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협회 간부가 윤 회장에게 준다면서 판공비 수천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수사 개시 이후 돈을 되돌려 놨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들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회장은 취임이후 현금성 판공비 예산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2월 22일 김모 기획관리본부장은 회계부장 A씨를 불러 윤 회장의 판공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윤 회장에게 전달해 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돈을 받으면서 본인 사인까지 했다.
이런 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도 자세히 담겨 있다. 여기에는 특정한 액수의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회장' '결재'라는 단어도 나온다.
김 본부장이 실제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돈을 받아간 근거로 필적을 남긴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 본부장 이름은 앞서 CBS노컷뉴스에서 보도한 공짜 골프 명단에도 나온다.
전문건설협회 회장의 판공비는 5억원 안팎에 달한다. 모두 현금으로 주어져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따지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런 판공비를 김 본부장이 요구했을 때는 윤 회장의 업무가 정지됐을 때라는 점이다.
회장 선거과정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던 그는 2021년 11월 취임했지만, 석달여 만인 올해 2월 17일 직무에서 손을 떼야 했다. 법원이 경쟁자가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인용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공금을 쓰면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
생생한 현장 녹취록 있는데도 무혐의
윤학수 전문건설협회 회장. 연합뉴스공금 횡령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수사 대상은 윤 회장과 김 본부장이었다. 애초 경찰은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과 김 본부장의 사인 등을 근거로 기소의견 송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이를 수용하고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도 김 본부장이 돈을 교부받아 간 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반환한 돈이 '다른 돈'이라는 점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윤 회장의 직무정지 때 판공비가 나간 것까지는 인정돼지만, 실제 돈이 사용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찰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횡령죄는 돈을 가져다 놨다고 적용이 되지 않는 게 아니"라면서 "일단 돈을 가져간 그 사실만으로 횡령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다른 변호사 역시 "돈을 사후에 가져다 놓은 것은 정상 참작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판공비가 금고가 아닌 캐비닛에 보관돼 있어 이를 안전한 금고로 옮긴 것일 뿐"이라면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불기소 결정서에 나오는 '교부'라는 단어에 대해선 "잘못된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녹취록에 대해선 "어떤 내용인지 보지 못해 알지 못한다"고 했고, 사인을 한 이유에 대해선 "직원이 인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수인계해주기 위해 확인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회장은 횡령 의혹 사건에 대해선 "사실상 무고"라고 강하게 항변하면서도 녹취록에 대해선 "나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끝없는 판공비 사랑…올리고 또 올리고
판공비 횡령 의혹과 별개도 윤 회장은 본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판공·정보비를 연거푸 대폭 올렸다. 그는 2021년 11월말쯤 취임 이후 첫 이사회에서 이를 1억원 추가 편성했는데 다른 곳에 써야할 예산을 전용했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해를 두달 남긴 상황에서 5천만원 정도의 판공비 예산이 남아 있다는 보고가 이뤄졌다. 하지만 판공비 예산을 이렇게 추가 확보하면서 매달 7천만원이 넘은 금액을 쓸수 있게 됐다.
이후 감독기관인 국토부의 지적에 따라 예산 전용을 제한했다.
윤 회장은 직무정지 이후 지난해 12월 재선거를 통해 다시 회장으로 복귀하고는 더 많은 판공
·정보비를 인상했다. 지난 2020년 4억4천만원이 집행됐던 이 예산은 2억원 이상 많은 6억5천만원으로 불어났다. 판공비 금액이 워낙 많다보니 윤 회장은 매달 받아가는 금액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판공비 증액 논란에 대해 윤 회장은 취임 직후 판공비 예산을 전용한 사실은 부인했다. 내년도 예산에서 대폭 증액한 점은 인정하면서 "내가 1년 간 지금까지 한 일은 협회가 30년 간 한 것보다 더 많다"면서 "중앙회 회장이 일을 하려고 하면 가장 외롭고 힘든 자리"라고 했다.
협회 회장은 판공·정보비 뿐아니라 업무추진비, 회의비, 행사비 등 예산 30억원 정도를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텔은 어떻게 형성됐나 |
전문건설협회와 공제조합에서 각종 비위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인 이유는 몇몇 사람이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카르텔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카르텔은 주요 보직을 독점하기 위해 경쟁자를 징계해 내쫓으려 하거나 부정선거도 마다하지 않은 모습에서 단적으로 발견된다. 협회와 조합의 카르텔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①경쟁자에 대한 징계·소송 협회는 지난 2022년 상반기 회장 출마 예정자인 이모씨에 대해 징계를 추진했다. 18개 업종별협회 행사 도중에 윤학수 회장(당시 부정선거 혐의로 업무정지) 측과 마찰을 빚다가 소리를 질렀다는 게 이유다. 협회 윤리위에서는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되는 '회원자격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윤 회장이 임명한 노모 수석부회장(회장 업무 대행)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징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내부 반발과 함께 노 수석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직무정지 결정으로 무산됐다.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 11월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면허를 동시에 소유한 사람은 회장 선거에 나올 수 없게 규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역시 사실상 이씨를 겨냥한 것이었고,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만약 규정이 개정됐다면 윤 회장은 손쉽게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신홍균 전 회장(현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은 경쟁자인 심모씨를 무리하게 징계했다가 소송에서 패하기도 했다. 협회는 약 1억5천만원의 소송 비용을 부담했다.
성공 사례도 없지 않다. 주류파와 대척점에 있던 표모 회장은 지난 2015년 출마 실적 조건(연 매출 20억원)을 증빙할 서류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당했다. 소송은 신 위원장과 가까운 회원사에 제기했는데 함께 소송 당사자가 된 협회에서도 3억원의 변호사 비용이 발생했다. 표 회장 후임으로 신 위원장이 회장으로 당선됐다.
②부정선거 확정판결도 무용지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주류파인 윤학수 회장은 부정선거로 지난 2022년 9월7일 대법원에 의해 당선 무효가 확정됐다. 회장에 선출된지 1년 만이다. 투표 용지를 접는 방식으로 대의원들이 담합을 한 사실이 인정되면서다. 앞서 2021년 2월 직무정지 가처분도 인용됐다. 하지만 윤 회장 앞에서는 이런 판결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부정선거에 가담했던 이모 경기도 지회장을 포함한 대의원 24명이 그대로 또 선거에 참여한 결과다. 부정선거로 다시 선거를 치르느라 공금 수억원이 들었다.
윤 회장이 애초 회장 출마 자격이 되지 않았다. 협회와 이해가 충돌하는 단체장 출신(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회장)은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에 걸려서다. 하지만 주류파는 이를 손질해서 윤 회장 출마의 길을 터줬다. 경쟁자를 어떻게 해서든지 배제하려는 것과는 정반대다.
③요직 독점, 견제가 없다 업계에서는 협회의 요직과 조합의 운영위원과 대의원 등이 대부분 신 위원장과 윤 회장 쪽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견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홍균 위원장은 2006년 토공사업협의회 회장(전문건설협회 업종별 회장)을 시작으로 17년 간 조합 투자자문위원회 위원장, 토공사업협의회 회장, 조합 운영위원, 협회 회장 등을 맡았다. 조합 운영위원장은 두번째다.
윤학수 회장도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류파인 김모씨는 협회 대의원과 대전지회 회장, 협회 감사를 거쳐 현재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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