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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대" 의협, 음주 수술 금지엔 "의사 부족" 반발?

보건/의료

    "의대 증원 반대" 의협, 음주 수술 금지엔 "의사 부족" 반발?

    술 마신 의사가 수술 집도? 반복되는 문제
    음주 후 제왕절개 수술 중 태아 사망하기도
    복지부 "음주 진료·수술 처벌 규정 만들 것"
    의협 "인력 부족한 특수상황 고려해야" 반발
    의사 부족에 따른 휴무 중 긴급 호출이 문제
    응급의학과 "휴무일 긴급 호출부터 없어져야"
    외과 "(음주 금지는) 긴급 호출 거부할 명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가 준비해 왔어요.  

    ◆ 조석영> 응급실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되는데 수술하러 들어오는 의사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음주 수술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게 최근에 다시 알려졌습니다.  

    ◇ 채선아> 음주운전은 당연히 처벌 되고, 온라인 음주 방송도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도 나온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음주 수술이 처벌이 안된다구요?


    ◆ 조석영> 처벌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데 음주 진료와 수술을 금지하는 규정이 명확하게 없는 상황이에요. 지난주 보건복지부에서 의사의 음주 진료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위반할 때는 자격정지 기간을 늘리도록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최근 일어난 사건 때문인데요. 지난 1월 12일에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20대 성형외과 전공의가 60대 남성 환자의 얼굴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그런데 수술 직후에 환자가 이 의사가 술을 먹은 것 같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서 확인을 했는데 음주 상태였어요. 해당 전공의 역시 저녁 식사를 하다가 맥주 한잔 마셨다고 인정을 했다고 합니다.  

    ◆ 신혜림> 처벌 규정이 없으면 이 의사는 아예 처벌 안 받는 건가요?  

    ◆ 조석영> 현행 의료법상 음주 의료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에서 음주 의료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어서 경찰도 이 상황을 구청에 통보했대요. 우리나라 의료법 66조에 따르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는 경우 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동안 이 규정을 활용해서 행정처분을 해왔던 거죠.


    ◇ 채선아> 제대로 된 처벌 규정이 없으면 이런 일들이 꽤 자주 벌어졌을 것 같은데요?  

    ◆ 조석영> 2014년 인천의 한 대학 부속병원에서 성형외과 전공의가, 술에 취한 상태로, 응급실에서 4살 아이의 찢어진 턱 부위를 꿰매는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부모가 보기에 의사가 비틀거리고 손을 떠는데다가 찢어진 부위도 제대로 봉합이 되지 않아서 병원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병원에서는 뒤늦게 다른 의사를 불러서 재수술했다고 합니다. 당시 나온 기사에서도 경찰은 "의료법에 관련 처벌 근거가 없어서 책임자에게 음주 사실을 통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했고요.  

    ◆ 신혜림> 2014년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한참 전부터 이런 일이 반복이 됐다는 거네요.  

    ◆ 조석영> 최근엔 굉장히 심각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20년 10월에 청주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예정일보다 2주 빠르게 양수가 터진 거예요. 병원에 갔는데 원래 임산부를 진료하던 주치의가 그날 휴무였어요. 대신 다른 당직 의사가 병원에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주치의는 자기가 저녁에 와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겠다고 했대요. 이 당직 의사가 쭉 아이와 산모 상태를 모니터를 하다가 쌍둥이 중에 첫째 아이가 심장이 잘 뛰지 않는다고 했다는 거예요. 너무 위험해보이잖아요.
       
    그 뒤로 30분 정도 지나 주치의가 도착해서 수술을 했는데 결국 시망이 뛰지 않던 아이는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한 그 주치의가 기둥에 기대서 비틀거리고 있는 걸 보고 산모의 가족들이 술 먹은 것 같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요. 해당 주치의는 쉬는 날이었다 보니 타지에서 여가 활동을 하고 있었고 술도 마신 상태였는데 이 수술을 하려고 음주운전을 해서 청주까지 돌아와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 신혜림> 그 당직 의사가 그냥 수술을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 조석영> 당시 나온 기사들을 보면, 이 병원 내부 규정상 해당 당직 의사는 수술을 할 수 없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내부의 사정인 것이고, 산부인과 전문의였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여하튼 음주 수술을 한 주치의가 받은 처분은 의사 면허 자격정지 1개월입니다. 이 외에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술을 마시고 의료 행위를 하다 적발돼 처분 받은 의사가 9명인데 모두 자격정지 1개월을 받았다고 하네요.
     
    ◇ 채선아> 너무 솜방망이 처벌인데요.

    ◆ 신혜림> 몇 년 전부터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면 대책이 나올 법하잖아요. 왜 변화가 없었던 걸까요?  

    ◆ 조석영> 시도는 있었습니다. 2014년 인천 대학병원에서 음주 수술 논란이 터진 후에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술이나 마약류에 취한 상태에서 진료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논의도 제대로 안 되고 폐기됐고요. 2019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근, 서영교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나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폐기됐습니다.


    ◇ 채선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네요.

    ◆ 조석영> 대한의사협회가 계속 반발해온 건데요. 2019년에 입법 시도가 있었을 때, 이런 입장을 냈어요. "의료인의 윤리적 책무까지 모두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사회적 합의 없이 오로지 법제화로만 해결하려는 근시안적인 해결책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 채선아> 음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얘기인가요?

    ◆ 조석영> 상식적으로 그게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는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 다시 음주 진료가 논란이 되면서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인데, 이번엔 의사협회에서는 이런 입장이 나왔어요. "근무시간이 아닌 의사가 응급 상황에서 의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급하게 지원을 나온 경우 같은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제가 수술 받으러 갔는데 저를 수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휴무라 밖에서 술 한잔 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이 의사가 수술을 안 하면 저는 아예 수술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거죠.

    ◇ 채선아> 의사 수가 부족하니까 술을 마신 의사가 와서 수술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 조석영> 대놓고 술을 마시고 수술해도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의사협회의 이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해볼 만한 점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필수 의료인력 부족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잖아요. 큰 병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2022년 우리나라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응급실로 이동을 했는데 개두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아산병원에 이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교수가 2명이 있었는데 각각 학회 참석과 지방 일정으로 부재중이었어요. 그래서 환자인 간호사가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지만 치료 중에 사망했죠.  


    ◆ 신혜림> 이게 논란이 엄청 컸어요.  

    ◇ 채선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쓰러졌는데 그걸 치료할 의사가 병원에 없었다는 거니까 논란이 클 수밖에 없죠.

    ◆ 조석영> 또 앞서 소개해드린 청주의 산부인과 사례에서 음주 수술로 문제가 된 주치의 역시 그날 근무일이 아니라 휴무였던 거죠. 분명히 잘못했지만. 자기가 술을 먹었지만 수술해야 된다고 하니까 찾아온 거잖아요.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의사들에게도 언제든 달려올 수 있는 대기상태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날이 필요하다는 거죠.  

    ◇ 채선아> 의사들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대체 인력이 없는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음주 진료나 음주 수술 처벌한다는 규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쉬는 날에도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너는 놀지도 말고, 음주도 하지 말고, 멀리 가지 마, 이렇게 일상을 제약하는 거니까요.

    ◆ 조석영> 응급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 그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의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에 그렇게 반대하는 의사협회에서 직접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니까요.

    ◆ 신혜림> 결국 의사가, 특히 응급이나 필수 진료 분야의 의사가 늘어나야 해결될 문제네요.  

    ◆ 조석영> 그리고 그 해결의 단초가 이번에 나온 다른 의사단체들 입장에서 보입니다. 대한응급의사회에서는 근무시간이 아닌데 긴급하다며 호출 받는 환경을 그대로 둬야 하느냐는 입장이 나왔어요. 응급의학과가 요즘 기피과라고 하더라고요.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191명 정원에 152명 지원했대요. 미달인데 충원율이 80% 정도 되고요. 작년에 85% 정도 됐다고 하니까 더 떨어진 거죠.
     
    ◇ 채선아> 특히 지역에서는 의사 더 못 구한다는 얘기도 많잖아요.

    ◆ 조석영> 더 심하죠. 최근 며칠 사이에 화제가 된 뉴스가 있어요. 단양군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을 못 구해서 4차까지 추가 공고를 냈다고 하는데요. 작년 11월에 연봉 3억 8,400만 원을 제시한 모집공고를 냈지만 불발되고, 연봉을 4억 320만 원으로 올렸는데 또 두 차례나 불발됐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 4차 공고가 나온 거죠. 이번엔 연봉을 4억 2240만 원으로 올리고 아파트 제공하고 의료진을 위한 별장을 세 채 운영하겠다는 조건을 걸자, 겨우 면접 대상자 3명이 나왔다고 합니다.
       
    ◆ 신혜림> 응급의학과 의사 자체도 줄어드는데 지역 가는 의사도 줄잖아요. 그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겹치는 상황이네요.
       
    ◆ 조석영> 응급의학과 입장에선 쉬는 날 계속 불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또 주목할 만한 의사 단체가 있습니다. 대한외과의사회인데요. 외과의사는 수술하는 의사들이죠. 이번에 음주 진료를 금지하는 시행령이 진짜 시행되면, 퇴근해서 술 한잔 마신 의사들은 병원의 호출을 거부할 명분이 생긴다는 입장이 나왔습니다.

     
    ◇ 채선아> 이건 새로운 입장이네요. 그동안 쉬다가 일하러 다시 돌아가야 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음주 진료나 음주 수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시행령이 나오면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 신혜림> 외과 의사들이 특히 그런 방식으로 많이 불려갔나보네요.

    ◆ 조석영> 음주 수술이나 진료는 생명이 달린 환자들 입장에서 불안한 일이잖아요. 그걸 금지한다는 건 이 불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응급의학과 의사나 외과의사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의사를 추가 채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에 무리한 업무를 지우는 방식을 바꿀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가 있는 거죠.
     
    ◆ 신혜림> 필수의료과 의사가 많이 늘어나야 되는 문제인 건데, 지금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어떻게 되고 있나요?  

    ◆ 조석영> 정부와 의협 사이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각 의과대학에 수요조사를 해보니, 2025년까지 최대 3천여 명까지 확대해야 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반면 의협에서는 2025년까지 350명 늘리는 건 수용한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가 의협에선 그것도 사실무근이다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지금은 이 정원을 협의하는 방식을 두고 정부와 의협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의대 정원 늘린다고 했을 때 실제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소아과, 이런 필수 의료로 갈 것이냐, 이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이 부분도 좀 섬세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그동안 의대 증원 문제를 다룰 때 입시의 관점에서 의대 공화국이다, 이런 얘기도 했었고, 지방의료 부족 문제의 관점으로 많이 바라봤는데, 이번에는 음주 진료 얘기로 들으니까 저한테 또 직접적으로 와닿더라고요. 제가 어느 날 방송 끝나고 갑자기 응급실에 갔는데 그 의사가 음주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112에 신고해봤자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음주 수술을 하더라도 지금 처분 받는 게 고작해야 1개월 자격정지라니.. 너무 마음이 답답하거든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음주 수술 금지를 둘러싼 맥락들 살펴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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