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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홍콩 노쇼' 사태와 거대시장 중국[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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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메시 '홍콩 노쇼' 사태와 거대시장 중국[베이징노트]

    핵심요약

    중국서 노쇼 파문 커지자 서둘러 진화 나선 '메날두'
    거대 중국 시장 앞에 콧대 높은 축구 스타들도 '굽신'
    대중국 디리스킹에도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러브콜'
    거대시장 코앞에 두고 눈치만 봐야하는 한국 기업들

    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팀의 친선 경기에서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키고 있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팀의 친선 경기에서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키고 있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지난 4일 홍콩 경기 노쇼 파장이 만만치 않다. 메시가 뛰는 모습을 보기위해 모였던 중국 축구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중국 당국까지 나서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중국내 친선경기를 취소했다.

    중국의 한 관영매체는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한 가지 이론은 그들의 행동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으로, 홍콩이 이 경기를 통해 경제적 부흥을 꾀하려 했는데 외세가 고의로 이 일(노쇼)로 홍콩을 곤란하게 만들려 했다는 것"이라며 '외세개입' 주장까지 폈다.

    중국팬들 여론 악화에 화들짝 놀란 축구 스타들

    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대표팀과의 축구 친선경기에 리오넬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한 팬이 야유를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대표팀과의 축구 친선경기에 리오넬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한 팬이 야유를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메시도 당황한 모양이다. 메시는 자신의 웨이보(중국 SNS)에 "부상으로 인해 홍콩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유감이다. 언젠가 우리(인터 마이애미)가 다시 돌아와 홍콩 지역의 축구팬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해명 글을 올렸다.

    또 6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에 많은 팬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경기를 뛰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기대한 팬들이 많았던 만큼 정말 저도 실망스러웠다. 홍콩에서 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다시 해명에 나섰다.

    4일 경기가 끝난 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도 메시가 뛰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전근(허벅지 부위)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며 "많은 팬이 실망했다는 것을 안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사과했다.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도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목도리를 착용한 채 중국어로 '신춘콰이러(新春快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한 뒤 국수를 먹는 영상을 올렸다. 화난 중국 팬들을 달래기 위해 연출된 영상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소속팀인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나스르의 중국 방문 친선경기가 취소돼 중국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다. 알나스르는 지난달 24일, 28일 중국팀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호날두의 부상을 이유로 경기 하루 전 취소를 선언했다.

    당시에도 비판여론이 거세자 호날두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사과했다. 그는 "내게 오늘은 슬픈 날이다. 중국 팬들, 특히 선전에 온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돌아올 것", "중국 축구 팬은 늘 내 마음속에 있다" 등 립서비스를 이어갔다.

    한때 전세계 축구계를 양분한 영원한 라이벌 메시와 호날두가 잇따라 노쇼 파문을 일으키자 중국 축구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양측 모두 적극적으로 해명과 사과에 나서며 중국팬 달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호날두의 경우 지난 2019년 7월 한국에서 치러진 소속팀(유벤투스)의 친선 경기에서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 한국 축구팬으로부터 비난세례를 받았음에도 끝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중국 팬들에게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포기할 수없는 중국 시장…기업들도 너도나도 '러브콜'

    중국 상하이의 거리. 연합뉴스중국 상하이의 거리. 연합뉴스
    이번에 불미스런 일이 터지긴 했지만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중국을 자주 찾고, 또 중국 축구팬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내는 이유는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거대 시장 때문이다. 메시의 이번 홍콩 노쇼 경기만 해도 티켓 가격이 무려 83만원까지 치솟았는데도 1시간여 만에 매진됐다.

    선수들과 그 소속팀은 경기 관람료 수입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광고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유니폼 등 각종 축구용품과 굿즈 판매, 경기 중계료 판매 수입 등을 챙길 수 있는데 중국은 그 사이즈가 남다르다는 점에서 콧대높은 축구 스타들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비단 축구 뿐만 아니라 세계 2위의 소비시장을 보유한 중국에 대한 각국 기업들의 러브콜은 현재진행형이다.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기업의 얼굴들이 중국을 수시로 방문해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 기업은 전세계 반도체와 전기차, AI 시장의 선두 기업들로 미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대중국 디리스킹(위험회피)의 최전방에 서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만도 한데 이들 CEO의 중국내 행보는 '친중국'이라는 꼬리표가 달릴만 하다.

    이는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젠슨 황은 지난해 5월 언론인터뷰를 통해 "만약 우리가 중국 시장을 빼앗기면, 우리는 이에 대한 비상계획이 없다. 다른 중국은 없고,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며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거대시장 코앞에 두고 '눈치' 봐야하는 한국 기업들


    그런데 마찬가지로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행보는 이들 미국 기업들과 결이 크게 다르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 총수들이 중국을 찾기는 했지만 다른 대기업 CEO들의 중국 방문 소식 자체가 극히 드물다.

    CEO의 중국 방문은 고사하고 심지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내 사업활동 자체에 대해 '쉬쉬'하는 모양새다. 중국에 진출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본사에서 중국내 사업이 공개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 성과를 홍보하려고 해도 대부분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성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드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대표 기업들조차 중국내 실적이 꼬꾸라졌다. 실적이 역주행하는 마당에 홍보는 언감생심이다.

    동시에 미국의 원천기술과 제조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좁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미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중국내 활동을 옥죄고 있다.

    여기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눈치 역시 봐야하는 형편이다. 중국이 한미 공조강화를 대중국 견제 목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미운털이 박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에 반기까지 들어가며 중국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입다물고 이런 저런 눈치나 봐야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소비시장을 두고도 한국 기업들이 기지개 한번 제대로 켜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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