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노란장미를 기억공간 벽면에 달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는 4월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제작 중이던 KBS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은 15일 KBS PD협회원들이 모인 대화방에 올린 글을 통해 "제작1본부장이 4월 18일 방송 예정이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를 6월 이후 다른 재난과 엮어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시리즈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제작1본부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이유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제작진이 '총선은 4월 10일이고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송은 8일 뒤인 4월 18일인데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나'라고 묻자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고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작1본부장은 부임 일주일 뒤 이 다큐 제작 소식을 알게 됐고, 간부들을 소집해 급하게 제작 일정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제작진 설명이다. 이 다큐 제작은 촬영 40%가량, 섭외·세팅 포함 80% 정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제작진은 "이것(방송 일정 변경)의 부당함에 대해 팀장, 부장, 국장과 함께 본부장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했으나 4월에 방송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단 답변을 들었다"며 "4월 16일은 세월호 10주기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방송사가 이를 다룰 것이나 KBS 제작본부는 이 시기에 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제 이와 같은 소식을 두 달여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던 세월호 생존자와 현장에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분들은 이와 같은 KBS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분들에게 '우리 방송이 끝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제작하지 못한답니다'라고 설명하는 저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까"라고 토로했다.
이번 조치는 박민 사장 부임 이래 KBS가 친정부 행보를 가속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평가와 맞물리면서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BS 측은 "3월 천안함 피격사건과 4월 세월호 참사 시기에 맞춰 생존자들의 PTSD 관련 다큐를 준비 중에 있었다"면서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둔 시기에 민감한 아이템이 총선일자를 중심으로 방송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선거 공정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6월 이후 제작·방송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