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 제공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2013~2021년까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을 재구성한 에세이집이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인 그가 꾸준히 자연 생태계로부터 인류가 배워야 할 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온 것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것을 동물 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동물 사회를 들여다보면 알파메일(으뜸 수컷)이 혼자 다 차지하지 않고 나눈다. 그런데 인간 사회는 이것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삶을 "열심히 베끼자"고 이야기한다. 자연을 통해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대규모 전쟁도 일으킬 줄 아는 개미를 비롯해 천, 수만 년의 진화를 거쳐 사회를 유지해온 동물 사회의 지혜를 인간이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의 진화 과정이나 화합물, 생체 구조 등을 모방해 인간 삶에 응용하는 '의생학'이란 학문을 주창한 바 있다. 그는 도꼬마리 같은 식물들이 씨앗을 동물 털에 붙여 멀리 이동시키려고 고안해 낸 구조에서 착안한 찍찍이(밸크로)를 의생학의 대표 사례로 꼽으며 인간이 자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현명한 인간)를 넘어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생(symbiosis)에서 착안해 직접 만든 용어로, 자연 생태계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그가 인간은 물론 다른 생물종과도 공생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오랜 철학을 대표한다.
책에 수록된 서울대 2023년도 하계 졸업식 연설문에서 그는 "재력, 권력, 매력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을 말하면 안 됩니다. 가진 자들은 별 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습니다.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라며 "공평은 양심을 만나야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켜 줍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책에서 그는 "자연계에서 우리는 '가진 자'잖아요.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내디뎌야 해요"라고 다독인다.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