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 0.6명대로 떨어진 데 대해 영국 BBC가 집중 조명했다. BBC는 28일(현지시간)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BBC가 만난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에 거주하는 그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그는 아이를 갖는 대신 자신의 경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혼자인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39세 스텔라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론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집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면서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일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 아이를 포기했다.
박종민 기자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의 경우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스텔라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120만 원)까지 쓰는 걸 봤는데 이런 걸 안 하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전했다.
BBC는 과도한 사교육은 비용 자체보다 더 깊은 영향을 준다며 부산에 사는 32세 민지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공부하면서 너무 지쳤으며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고 털어놨다.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는 아이를 갖는 일을 중대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출산 후에 곧 사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무척 화가 났다"며 주변을 보니 다들 우울해서 사회적 현상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BBC는 이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성장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BBC는 이밖에 동성 결혼을 불허한 것도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성 결혼이 불법이고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자를 통해 임신하는 것도 불법인데 이 또한 출산율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