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수술실 인근에서 의료진이 인큐베이터와 이동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이송된 만 2세 여자아이가 가까스로 맥박을 찾았지만, 전국 여러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원을 거부하면서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30일 오후 4시 30분쯤 충북 보은군 보은읍 한 주택 인근 1m 깊이 도랑에서 A(33개월·여)양이 빠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양은 심정지 상태였으며, 가족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A양은 30여분 만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고 오후 6시 7분 가까스로 맥박이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충청권을 비롯해 경기권 등 상급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다.
맥박이 돌아오기 30여분 전에는 청주지역 상급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 즉 맥박이나 호흡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송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합뉴스수도권 등 다른 상급병원 역시 병상이 부족하나 전문의가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전원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A양의 맥박이 돌아온 지 10분 만인 오후 6시 17분 119종합상황실에도 연락해 전원할 수 있는 상급병원을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119상황실은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6개 상급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역시 받아들인 곳은 없었다.
그러다 오후 7시 1분 A양은 다시 심정지가 왔고, 7시 40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원 요청을 수용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충북지역 한 상급병원 관계자는 "당시 응급실 의료진이 아이의 상태 등을 고려해 해당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이어가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양의 병원 이송을 마친 뒤 119구급대는 위급 상황인 점을 감안해 타 의료기관 전원에도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병원 이송을 마친 구급대가 귀소한 뒤에도 전원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119종합상황실에서도 전원할 상급병원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보건당국도 전원 거부 사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