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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미대사관 장애인 직원, '직장 내 괴롭힘' 속 퇴사까지



사건/사고

    [단독]주미대사관 장애인 직원, '직장 내 괴롭힘' 속 퇴사까지

    주미 한국대사관 입사한 장애인 직원, '직장 내 괴롭힘'에 퇴사
    업무 첫날 "전임자도 짤렸다" 위협…병가신청에 "통보하냐" 면박
    "장애인 아니면 안 뽑아…몸 아니라 머리가 아픈 듯" 동료에 험담
    외교부 '당사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 취했다" 해명에 피해자 반박
    "주변에 신고해도 사태무마 급급…퇴사 때까지 사후조치·조사 없어"


    주미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일하던 장애인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부는 적절한 처분을 마쳤고 대사관의 조직적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퇴사하기 전 대사관에 괴롭힘 사실을 수차례 호소해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정재호 주중대사가 대사관 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갑질 신고를 당한 가운데, 외교부가 연이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병가 못 가게 막고 "장애인이니 뽑지…결혼하러 미국 왔대" 비하도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체장애가 있는 A씨는 2022년 8월 장애인 제한 경쟁 전형을 통해 주미대사관 실무관으로 입사했다.
     
    입사 직후부터 A씨를 기다린 것은 상관인 B서기관의 '협박'이었다고 한다. 보험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A씨에게 B서기관은 "협박 의도는 없다"면서도 "해당 업무를 맡던 전임자가 해태해 결과적으로 '지시 불이행'으로 비자발적 퇴직을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잘릴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린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었다.
     
    업무 시작 때부터 녹록지 않았던 A씨는 '휴가' 사용을 두고도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이미 A씨는 입사 당시 면접 때부터 1년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으러 한국에 가야 한다고 말한 상황. 하지만 막상 A씨가 검진일을 앞두고 병가를 쓰겠다고 하자, B서기관의 갑질이 시작됐다.
     
    지난해 2월, A씨가 검진을 받기 위해 항공권을 끊고 휴가 신청서를 제출하자 B서기관은 "내가 언제 승인해 줬냐, 나한테 지금 통보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지금 나하고 갈 데까지 가자는 건데"라며 윽박질렀다.
     
    A씨가 '아파서 가는데 왜 병가를 못 쓰게 하냐' 항의하자 "갑질로 오해받기도 싫다"고 말한 B서기관은 "충분히 쉬고 오라. A씨 없어도 우리는 두세 달 다 버틸 수 있다"며 이번에는 차라리 휴직을 하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병가를 둘러싼 갈등을 빚자 B서기관은 노골적으로 A씨를 비하하기 시작했다.
     
    B서기관은 다른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 "A씨 (채용에서) 경쟁률도 없었다. 쉽게 채용되었고 장애인이라 채용했지, 장애인 자리가 없었으면 뽑지도 않았다"고 말하고 "지금 휴가 가는 것도 진짜 아픈 게 아닌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험담했다.
     
    또 "허리가 아픈 게 아니라 머리가 아픈 것 같다"면서 "미국에 온 것도 결혼하려고 온 것"이라고 A씨를 두고 비난했다.
     
    우여곡절 끝에 병가를 다녀온 A씨에게는 '투명인간' 취급이 이어졌다. 괴롭힘 사실을 호소해도 대사관 측은 "서기관은 2년에 한번씩 (근무처를) 옮기니까 당신이 참아라", "그런 것은 큰 문제도 아니다", "왜 그걸 못 참느냐"며 사태를 잠재우기에 바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불면증과 폭식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했고, 입사일보다 14kg이 찌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9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10월 퇴사했다.

    외교부 "원만 수습" VS 피해자 "사태 무마 급급" 후속조치 놓고도 논란

    공문 캡처공문 캡처
    퇴사한 A씨는 외교부와 고용노동부에 B서기관의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다. 외교부 조사를 토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B서기관이 A씨에게 행한 장애인 관련 발언, 휴가승인 과정에서의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어 외교부는 B서기관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해 2월 병가 신청 절차 등과 관련해 (A씨와) B서기관과의 갈등이 있었지만 A씨의 고충신고를 받은 참사관의 적극적 대처로 원만하게 수습됐다"며 "A씨는 B서기관의 사과를 받고 당초 신청했던 대로 병가승인까지 받은 후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8월 말과 9월에 걸쳐 (A씨가) 서기관, 참사관 등에게 고충을 호소하자 즉시 A씨와 상담해 경위를 파악한 후 업무 조정을 통한 B서기관과의 분리조치를 취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공문 캡처공문 캡처하지만 A씨의 입장은 외교부의 해명과 다르다. A씨는 퇴사 전까지 수차례 대사관에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는데도 묵살됐고, 괴롭힘을 견디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퇴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2월 휴가 관련 갑질을 겪은 직후 한 참사관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과 9월에도 관련 사실을 거듭 보고했지만, 주변 다른 직원들도 별다른 조치나 조사 없이 '네가 참으라'는 회유만 했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설명에 대해서도 A씨는 "지난해 2월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뒤 병가를 갔다"며 "어떤 조치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분리조치를 마쳤다'는 해명에도 "기존 사무실에서 그대로 일했고, 공간적인 분리 조치는 없었다"면서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B서기관과 업무적으로 마주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A씨가 B서기관과 하던 '계약 업무'를 C서기관과 하도록 바뀌었지만 서면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대로 B서기관과 해야 했고, 이마저도 '업무가 몰린다'는 이유로 B서기관의 일부 업무를 C서기관이 맡은 것일 뿐, A씨와 분리조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

    퇴사한 이유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피해자가 병환 중인 가족(부친)을 돌보기 위한다는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지만, A씨는 "퇴사 당시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이럴 바에는 아픈 가족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괴롭힘도 퇴사 사유로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대사관의 다른 직원들이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데 대해서도 외교부는 "피해자의 신고서나 외교부의 조사시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에 없다"고 하지만, A씨는 "조사과정에서 분명히 말했다"고 맞서고 있다.

    외교부서 또 '갑질' 반복? 직장 내 괴롭힘에 더 취약한 장애인들


    이처럼 장애인 노동자들이 각종 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일은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직장갑질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장애인 혐오 발언을 들은 직장인은 18.2%에 달했다.
     
    직장갑질119 배가영 활동가는 "직장 내 괴롭힘은 직급과 연령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약자들에게 더 많이, 더 가혹하게 발생하고는 한다"며 "이미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용자는 일터 내에서 약자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사건 발생시 적극 조치하여 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나갈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베이징 소재 주중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주재관에게 '갑질' 행위로 신고 당한 사실이 지난달 알려져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해당 주재관은 업무시간에 정 대사의 방으로 불려가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인신모독성 발언을 들어 해당 발언을 녹음했고, 이를 외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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