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사의 대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남미 가이아나 탐사에 참여한 인물로 엑슨 모빌의 지질그룹장 출신이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했던 미국 액트지오社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5일 한국을 직접 찾았다. 아브레우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동해 가스전 관련) 발표 이후 한국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돼 방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곧 이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정브리핑에서 140만 배럴 규모의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공식 발표한 이후 국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천조원대 가치로 추정되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유전.가스전 후보지 중에서 가장 유력한 곳을 '대왕고래'로 명명하고 우선 개발하기로 했으니, 만일 대왕고래에서 석유나 가스가 뿜어져나오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꿈같은 일이겠는가?
그런데 검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社가 과연 신뢰도가 있는 회사인지, 혹은 경제성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이유가 뭔지 등등 의문이 꼬리를 문다. 시중의 반응이 설레임보다는 의구심이 더 큰 것을 보면서 '신뢰의 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총선 참패에 이어 집권이래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산유국의 꿈'을 직접 발표하지 말았어야 했다. 신뢰의 위기는 메신저, 즉 정보전달자로서의 기능이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수치로 나타난 것이 최근 한국갤럽의 국정수행지지율 21%다. 신뢰가 추락하면 콩으로 메주를 쑤어도 안믿게 되는 법인데, 동해 석유.가스전처럼 가능성의 영역이자 전문가의 영역은 정부부처나 해당분야 최고전문가에게 발표를 맡기는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동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국정브리핑. 연합뉴스더군다나 대통령과 정부가 이미 발표한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해외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후속 설명과 해명을 듣게 되는 상황은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것도 대통령이 자초했다.
'한방'보다는 '한발'씩 나아가야 신뢰가 견고하게 쌓이는 법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22대 총선을 겨냥한 한방 노림수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1년 반동안이나 마치 대역전극이 가능한 것처럼 꿈만 부풀리다 119대 29라는 외교참사로 막을 내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심해시추 성공확률 20%는 실패확률 80%를 뜻하고, 탐사시추 비용만 수천억원이 드는데다 개발비용 대비 경제성이 확보될 지도 확실치 않은 만큼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하는게 오히려 정책신뢰와 안정감에 도움을 줄 것이다.
큰 거 한방으로 역전하겠다고 나서면 '지지율 만회를 위한 정치쇼'라는 틀에 갇혀버리고 만다. 이태원참사와 채상병 사건, 그리고 서민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면서, 원칙과 상식을 갈구하는 민심과 호흡하며 민생살리기에 주력할 때 비로소 신뢰회복의 포인트는 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