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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지돈, 교제했던 여성 과거사 '무단 인용' 논란



책/학술

    소설가 정지돈, 교제했던 여성 과거사 '무단 인용' 논란

    창작과 명예훼손 충돌…김현지 "사과·재발방지 요구"

    정지돈 작가. 연합뉴스정지돈 작가. 연합뉴스
    소설가 정지돈(41)이 과거 연인 사이였던 여성의 사생활 일화를 당사자와 사전 상의 없이 본인 소설에 실명과 함께 차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지돈 작가와 과거 교제했었다고 밝힌 북튜버 김현지(활동명 김사슴)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현지, 김현지 되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 작가와 교제 시절 나눴던 개인사가 정 작가의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 2019)와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 2024)에 인용됐다면서 정 작가에게 사안에 대한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김씨에 따르면 2017년 정 작가와 만나 2019년 초까지 연인 관계로 지냈다. 이후 각자 활동하던 중 그 해 11월 출간된 정 작가의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접하고 연인 시절 정 작가와 나눈 거의 모든 이야기가 그의 소설 작업에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에이치(H)라는 인물이 겪은 이야기 대부분이 자신이 겪은 일을 자세히 적은 것이라면서 "에이치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살았던 거주 지역, 제3의 인물인 스토킹 가해자에게 피해를 당했던 당시 상황, 자신이 실제 했던 말 등이 소설에 무단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김씨는 "에이치가 '밸런스만큼 시시한 건 없다'고 말하는 부분, 스토킹을 기점으로 (화자인)'나'와 에이치가 가까워지는 과정에 대한 문장들은 실제 사건과 흐름마저 일치한다"며 "작품 속에 에이치처럼 자신도 선유도역 근처에 살고 있었다. 거기엔 성적인 문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스토킹에 시달리던 에이치가 화자인 '나'와 만나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고 성관계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씨는 정 작가가 올해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 등장하는 '권정현지'라는 인물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썼고, 가정사도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 SF 소설은 인공 자궁이 상용화돼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일반인'들과 인공적으로 태어난 '체외인'들이 공존하는 근미래를 그린다. 체외인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 체외인들 사이에서도 나뉘는 계급과 분열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 그 답의 단서를 '가족'에서 찾아가는 내용이다.

    등장인물 '권정현지'는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 차별 받는 존재로, 다른 등장인물 '아미'가 두 명의 남자와 성관계하는 여자를 '현지를 닮은 사람'이라 인식하는 대목도 나온다.

    김씨는 "작가에게 창작의 권리가 있는 만큼, 정 작가가 새로 발표한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을 확인하지 않았다가 유명 문학 잡지에 실린 소설의 비평을 통해 등장인물의 이름이 '현지'라는 사실 확인 후 다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현대문학·은행나무 제공 현대문학·은행나무 제공 

    그는 "'권정현지'의 이야기가 그와 사귀는 동안 제가 말한 나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등장인물 이름이 현지일뿐더러, 제 가족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라며 "얄팍한 소설적 비유를 거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랑을 잘 모르는 어머니에게 헌신하고 가족을 유지해 보려고 평생 노력했던 저의 삶. 그러니까, 사귀던 시절 정지돈에게 들려주고 보여준 제 이야기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정 작가에게 무단 인용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씨가 공개한 정 작가의 메일 답장에 따르면, "'브레이브 뉴 휴먼'의 경우 이름, 캐릭터 모두 너와 관련이 없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H는 가능한 변형을 했고 그 내용을 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씨는 정 작가의 사과 외에도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작품의 출고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브레이브 뉴 휴먼'을 펴낸 은행나무 출판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소설이 출간되기 전까지 문제 제기한 부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향후 작가와 논의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비슷한 논란은 4년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0년에 김봉곤 작가가 지인들과 SNS로 나눈 사적 대화 내용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작품에 인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출판계는 창작 윤리와 작가의 창작 자유, 실존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다. 결국 해당 작품은 회수 및 환불됐고, 문학상도 반납 처리됐다.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 작가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김용익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해야 할 젊은 작가로 단숨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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