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가 뜯어지고 곰팡이가 핀 천장. 강지윤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매입임대주택에서 누수가 발생해 거주하기 힘든 상황이 됐음에도 약 2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해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LH 측은 "세입자의 사정 등으로 인해 일정이 어긋났을 뿐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LH 소유의 다가구 주택. 해당 건물 반지하에 거주 중인 이모(56) 씨는 익숙한 듯 신발을 신은 채 취재진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취재진이 찾은 이 씨의 집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모습이었다. 벽지가 떨어진 천장에는 곰팡이가 가득했고, 장판 위에도 거뭇하게 곰팡이가 올라와 있었다. 습기 때문에 옷가지를 비닐에 싸두고, 언제든 공사할 수 있게 짐을 정리해 둔 터라 안 그래도 협소한 집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씨는 "작년 11월 창가 부분만 수리를 해줬다. 이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다"며 푸른 스티로폼이 붙은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공사 전 모습과(왼쪽) 스티로폼 처리가 된 모습. 성북주거복지센터 제공·강지윤 기자이 씨에 따르면 그가 누수를 발견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이다. 지방에서 요양사로 일하고 있던 이 씨는 허리 검진 차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로 엉망이 된 집을 맞닥뜨렸다.
그는 "LH에 연락을 하자 공사팀이 바로 방문해 누수를 잡아줬다. 작업하시는 분이 전체적으로 (도배·장판 등) 손을 봐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허리가 아파 짐을 옮길 수 없어 당시에는 공사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후 여러 차례 LH 측에 공사를 문의했으나, 제대로 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11월 공사해 주시는 분들이 오셨는데 창문 쪽만 (스티로폼 처리를) 해주셨다. 도배는 다른 분이 오신다고 연락을 주겠다더니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초 하자 발견 후 LH와) 지금껏 20차례 정도 통화한 것 같은데, 담당자 분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나가라고 하면 갈 곳도 없어서 고쳐주겠거니 기다리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누수로 인해 곰팡이가 핀 벽면과 바닥. 강지윤 기자
이 씨는 지난해 겨울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고시원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당시 이 씨의 고시원비를 지원했던 성북주거복지센터의 김선미 센터장은 "11월까지는 처리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센터에서 직접 하자보수를 재촉하기도 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성북주거복지센터가 지난 12월 8일 LH에 문의한 내용에 따르면 10월 20일 완료된다던 공사는 12월이 되도록 진척되지 않았고, LH에 해당 건을 다시 접수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북주거복지센터 제공이와 관련 LH 측은 "결과적으로 (공사의) 책임이 크지만, 고의적으로 방치한 것은 절대 아니"라며 "세입자의 입원과 잦은 출장으로 일정이 맞지 않아 수리가 지연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은 위탁업체를 지정해 섹터별로 광역 관리를 한다. 이씨와 같이 일정이 맞지 않으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취재가 시작되자 LH는 해당 가구에 방문해 보수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