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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

법조

    [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①]

    마약 밀반입 '세관 연루 의혹' 수사하던 경찰
    '수사 외압' 폭로하며 '용산' 언급
    "서장이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 취지로 말해"
    "그러면서 언론 브리핑 연기 지시"
    이후 실제로 보도자료에 '세관 부분' 삭제

    황진환 기자·연합뉴스황진환 기자·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
    ②[단독]'세관마약' 삭제 종용…관세청·경찰 수뇌부 전방위 압박
    ③[단독]세관마약 수사팀이 버티자…서울청 지휘부 "사건 넘겨라" 지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이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는 사건과 관련해 '용산(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전 형사과장 백모 경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 용산 대통령실이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대통령실 개입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고발장에는 지난해 9월 20일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인 A총경이 세관 마약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백 경정에게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22일로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들을 붙잡았고, 나무도마 속에 숨겨진 필로폰까지 포함해 총 27.8㎏을 압수했다. 92만 6천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약 834억원 상당의 마약이다.

    백 경정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1월 27일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6명이 필로폰 4~6kg을 몸에 부착해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했고,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했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해 9월 13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도 보고됐고, 윤 청장은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겨라'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돌연 A총경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백 경정의 주장이다. 이후 서울경찰청 지휘부에서도 '관세청 내용을 삭제하라'는 압박이 시작됐다고 한다.

    실제로 언론 브리핑은 연기됐고, 이후 뒤늦게 열린 브리핑(10월 10일)에서도 세관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당시 이 문제로 경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백 경정은 지난 18일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되면서 수사에서 배제됐다. 일각에서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튿날인 19일엔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목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경고' 징계도 받았다.

    백 경정은 지난 16일 고광효 관세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9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하고 관련 진술과 정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A총경의 '용산 발언'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24일 백 경정의 고발인 조사에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총경은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백 경정에게 브리핑 연기를 요청하면서 용산에서 심각하게 본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세관을 수사하지 말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대통령실. 연합뉴스대통령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전해주지 않았다.

    이번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 소속 조모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전화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CBS노컷뉴스가 보도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당시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관세청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기관에 부담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세관에서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 '경찰이 스스로 침 뱉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리하게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관련기사: [단독]"스스로 침 뱉는 것"…'세관 마약' 수사팀에 전화한 고위 경찰)

    외압 의혹을 받은 조 경무관은 당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겨졌지만, 인사혁신처는 '불문'을 결정하고 징계하지 않았다. 조 경무관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직후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해 8월 9일 한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승진에 관여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된 인물이기도 하다.

    백 경정은 지난 25일 새벽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발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을 했고, 상당히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며 "고발된 내용들이 잘 정리돼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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