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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관 빼라" 3차례 지시에…보도자료에서 사라진 '세관' 흔적

법조

    [단독]"세관 빼라" 3차례 지시에…보도자료에서 사라진 '세관' 흔적

    서울청, 백 경정에 3차례 '보도자료' 수정 요구
    '밀반입 과정' 빠지고, '신체 부착' 표현도 빠졌다
    세 차례 수정 거치며 결국 '세관' 내용 전부 삭제

       국제 마약 조직의 마약 밀반입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 직전, 경찰 수뇌부로부터 '보도자료에서 세관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세 차례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구체적인 마약 밀반입 경위를 담아 세관 연루 가능성을 열어둔 최초 보도자료와는 달리, 총 세 차례에 걸친 수정을 통해 최종 보도자료에서는 세관이 연루된 정황을 유추할 만한 내용이 전부 삭제됐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사건 중간 수사 브리핑을 닷새 앞둔 지난해 10월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전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은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실을 찾아 보도자료 초안 내용을 보고했다.
     
    보도자료 초안(1차 보도자료)에는 조직원들이 공항 등을 통해 마약을 들여온 과정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2023. 1. 27. 말레이시아 조직원 6명(남4, 여2)이 각각 4kg의 필로폰을 신체(종아리, 허벅지, 배)에 부착시켜 인천국제공항 통해 입국(총 24kg 국내 반입)" 등의 문구를 포함해 6차례에 걸친 마약 반입 과정이 적혔다.

    또한 '향후 수사계획' 부분에는 "필로폰 국내 반입 시 입국심사 및 통관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한편"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향후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를 본 서울청 형사과장 A총경 측은 "공항으로 밀수입된 '구체적인 내용'을 삭제하라"고 요구했고, 백 경정은 이를 받아들여 '2차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2차 보도자료에서는 6차례에 걸쳐 설명한 내용이 모두 삭제되고 마약 밀반입 과정에 대한 설명은 "조직원 신체부착 42kg 및 화물편 32kg, 총 74kg 국내 밀반입된 것을 확인했다"는 대략적인 내용으로 대폭 축소됐다.
     
    당시 백 경정은 "필로폰 국내 반입 시 입국심사 및 통관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한편"이라는 문구도 삭제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2차 보도자료에 담았다. 해당 문구마저 빼면 브리핑을 하는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서울청 소속 B계장이 재차 보도자료 수정을 요구해 왔다. B계장은 백 경정에게 "A총경이 (해당 문구를) 빼라 하신다"며 거듭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이에 백 경정은 입국심사와 통관 과정의 문제점을 살피겠다는 수사 계획 부분을 삭제한 채로 '3차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세관 연루 정황을 떠올릴 여지가 있는 대목이 사라진 것이다.
     
    이미 보도자료가 두 차례 수정됐음에도 서울청 측은 마지막 수정 요청을 했다.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필로폰을 '신체 부착'해서 들어왔다는 문구 삭제를 요구하면서 '세관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해당 요구에 따라 수정된 '4차(최종) 보도자료'에서 "조직원들 '신체에 필로폰을 부착'시켜 항공편으로 입국시키거나"라는 대목은 "조직원을 '배달원으로 이용'하여 밀반입하거나"로 바뀌었다. 또한 "조직원 신체 부착하여 반입한"이라는 표현은 "인편으로 반입한"으로 변경됐다.
     
    세 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보도자료가 완성될 무렵,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조병노 경무관 또한 백 경정에게 전화해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며 압력을 넣었다는 게 백 경정의 입장이다.
     
    이후 10월 10일 진행된 '말레이시아 밀반입 필로폰 대량 국내 유통시킨 국제연합 범죄조직 검거' 브리핑에서는 세관 관련 내용이 완벽히 빠진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한편 논란과 관련해 A총경은 CBS노컷뉴스에 "보도자료를 검토하는 건 서울청의 당연한 역할이고, 그 과정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빠지게 된 것"이라며 "실무적인 수준에서 검토한 것이고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경무관도 "내가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내용은 빼자'라고 언급한 바가 없다"며 "오히려 백 경정이 '브리핑 내용 중에서 세관 언급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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