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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위험 전기차 출입 막아? 말아?…시민들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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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 위험 전기차 출입 막아? 말아?…시민들 '우왕좌왕'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려면 각서 써라" 전기차 막는 아파트
    "전기차 출입 금지 조례 만들어달라" 지자체에 요구하는 상가
    "전기차 혐오 분위기 확산 불안하다"…온라인 커뮤니티도 대립
    "주차장에 집중된 충전시설"…화재 대응책은 주차장 밖 주차 '모순'
    전문가들 "전기차, 사고 발생 시 대응책 미비하면 운전자들은 불안"

    지난 1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소방대원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소방대원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출입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화재 발생시 책임소재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극심한 대립 양상도 감지된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려면 각서 써라"…전기차 막는 아파트

     
    8일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은 수개월 전부터 전기차량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금지했다. 화재 위험성을 놓고 주민들이 논의 끝에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주민들이 이용하는 전기차량은 총 10대. 이 중 4대는 화재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전기차량은 지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며 지하에 주차할 경우에는 주차위반 스티커가 붙는다. 이날도 아파트 지상주차장에는 전기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관계자는 "청라 화재 사건 이전부터 전기차량의 화재 위험성을 놓고 말이 많았다"라며 "전기차량이 지하주차장에 주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화재 책임을 지겠다는 일부 차량만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종 전기차량을 타고 오는 외부인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이날도 한 방문객이 전기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경비원들과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인근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당 아파트단지 단체채팅방에서는 한 입주민이 전기차량 구매 가능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왔지만,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포기했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는 지상주차장도 없어 한동안은 전기차 이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기 성남시의 한 상가건물의 안내 현수막. 전기차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2022년 11월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기 성남시의 한 상가건물의 안내 현수막. 전기차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기차 출입 금지 조례 만들어달라"…지자체에 요구하는 상가


    같은 날 성남 수정구의 한 상가에서도 전기차 출입 여부를 놓고 내부 갈등이 이어졌다. 상가는 전날 성남시에 상가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앞서 이 상가는 2022년 11월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했지만 지자체에서 '노외주차장관리자는 주차장의 공용기간에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이용을 거절할 수 없다'는 주차장법 17조 등을 근거로 과태료 처분을 예고하자 입장을 바꿨다. 그 때도 성남시에 전기차 출입을 막을 수 있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상가 측 관계자는 "우리 상가 주차장은 바닥이 방수가 안돼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물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며 "전기차 화재로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으면 지자체에서 보상을 해줄 것도 아닌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입주업체들도 상가 입장을 거들었다. 한 상가 입점업주는 "전기차 출입을 막으면 예약제로 운영하는 우리 가게는 피해가 적지만 유동고객이 많은 음식점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전기차 출입을 허용하자니 안전 문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전기차 화재' 관련해 "아파트 내 전기차 현황을 파악하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달린 댓글들. 주영민 기자수도권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전기차 화재' 관련해 "아파트 내 전기차 현황을 파악하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달린 댓글들. 주영민 기자

    "전기차 혐오 분위기 확산 불안하다"…온라인 커뮤니티도 대립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출입에 대한 고민은 아파트단지나 전기차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에서는 "전기차 화재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판단을 위해 아파트 내 전기차 소유 현황을 파악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입주민들의 대립이 첨예하게 이어졌다.
     
    입주민들은 답글에서 "개인정보법 위반"이라며 해당 조사가 부당하다고 밝히는가 하면 다른 주민은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외부 주차하자"고 반박했다. 다른 주민은 "전기차주를 전부 악마로 몰아가는 분위기 같다. 일방적 멍석말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에서도 "만약 보상이 이뤄져도 보증기간 내에서만 이뤄질 것 같다. 보증기간에만 전기차를 타야 하는가",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만 피해보게 생겼다", "특정 종교처럼 전기차주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다" 등의 불만이 쏟아내고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 연합뉴스전기차 충전시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 연합뉴스 

    "주차장에 집중된 충전시설"…화재 대응책은 주차장 밖 주차 '모순'


    이같은 논박과 갈등은 이번 전기차 화재의 피해가 극심하고 보상 주체가 누구냐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아파트 주차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늘려가더니 전기차 화재 피해가 극심하자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불만을 내놓는다.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등록전기차는 60만6610대다. 같은 시기 전기차 충전시설은 35만2801곳에 있는데 대부분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중심으로 퍼져있다.
     
    이는 아파트가 우리나라 도심 거주지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밤새 전기차를 세워두는 아파트에 전기차 완속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면 충전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자 대응 기존의 입장을 뒤엎는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지난 6일 정부와 서울시 등이 배포한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점검사항 매뉴얼'을 보면 "건축물과 10m 이상, 놀이터 등과 20m 이상 떨어지고 주변에 나무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작한 이 대응 매뉴얼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전문가들 "전기차, 사고 발생 시 대응책 미비하면 운전자들은 불안"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해 콕 집어 설명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배터리가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한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는데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현 시점에서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전기차 제조사가 다른 배터리로 새 차를 만드는 방법 말고는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에 "실제로 다른 요소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전기차의 안전성능에 결함이 있다면 이동수단으로서 가치가 사라진다"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전기차라도 사고 발생 시 대응책이 미비하다면 운전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비자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안전을 비롯한 기본 상식을 습득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업체와 소비자가 함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지난 1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는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이 불로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가운데 5개 동 480여세대의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겨 46세대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 또는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를 대상으로 합동 감식을 벌였다. 합동 감식에는 국과수와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 조사팀 등 관련 기관 20여명을 비롯해 차량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 측 조사 인력이 참가했다.
     
    불이 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으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일반 주차구역에 있던 이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합동 감식팀은 주요 부품을 최대한 확보한 뒤 정밀 분석을 거쳐 화재 관련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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