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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의 딴지와 미국의 보호주의[베이징노트]

국제일반

    웨스팅하우스의 딴지와 미국의 보호주의[베이징노트]

    핵심요약

    1900년대 미국 대표하던 제조업체 '웨스팅하우스'
    과거 특허로 겨우 명맥 유지…미국 제조업 현주소
    트럼프 집권이후 보호주의 본격화…주타깃은 중국
    한국도 안심 못해…세계 무역 기조 변화 대응해야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연합뉴스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숙명의 라이벌로도 유명한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1886년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이다.

    그가 또 다른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와 손잡고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에디슨을 제치고 전기 점등 계약을 따낸 유명한 일화는 영화 커런트워(The Current War)로 소개되기도 했다.

    美 대표 제조업체…이제 과거 특허로 명맥 유지


    전력회사로 이름을 알린 웨스팅하우스는 이후 가전제품과 군수품 생산으로 영역을 넓혀가다 1957년에는 최초의 상업용 가압수형 원자로를 개발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1900년대  미국 기업 가운데 3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했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수많은 첨단 제품들을 생산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2차 대전 이후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일본과 독일 기업들에 기술력이 따라잡히며 웨스팅하우스의 시대는 저물어 간다. 에디슨도 꺾었던 창업주가 울고갈 일이다.

    이 회사의 원자력 사업 분야는 2006년 일본 도시바에 매각했고, 2018년 캐나다의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다시 팔려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의 이름을 단 곳은 원자력 사업 분야 밖에 없다.

    사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원자력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기업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에 기술을 지원하는 등 그동안 한국 원전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한참 아래로 생각하고 기술을 전수해 준 한국에 기술력이 따라잡히고, 이제는 한국과의 경쟁에서 한참 뒤처지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한국이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자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딴지를 걸고 있다. 한때 미국을 대표하던 제조업체에서 특허권을 내세워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쇠락한 美 제조업 재건 나선 트럼프-바이든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연합뉴스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제조업체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러스트벨트(미국 북부의 쇠퇴한 제조업 지역)로 대표되는 미국의 제조업은 1900년대 중후반 일본과 독일,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중국에 밀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신 애플과 테슬라, 아마존, 구글, 엔비디아 등 하이테크 기업들이 첨단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고용 인력이 전통 제조업 만큼 많지 않고, 생산공장을 미국이 아닌 해외에 둔 곳도 많다.

    심지어 미국이 선도해온 정보기술(IT)과 전기차,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이러다 전통 제조업 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까지 황폐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를 간파하고 제조업 재건을 내세우며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해외로 이전된 제조업체를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도 돌입한다.

    바이든은 여기에 한술 더떠 자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첨단 반도체 등의 수출을 통제하며 기술발전을 막아섰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는 세계화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본 유권자들의 반감을 활용해 당선됐고, 이후 민주당도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中 겨냥한 보호주의…언제 타깃 바뀔지 몰라


    사실 자유무역은 지난 수십여년간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시에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진 한국은 자유무역 외에 대안도 없었다.

    따라서 수십여년간 이어져온 자유무역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 점은 미국의 보호주의 타깃이 현재까지는 중국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의 예에서 처럼 보호주의의 타깃이 언제 한국으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세계 무역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 당장 큰 피해가 없다고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배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공개한 회고록에 등장하는 트럼프의 여러 발언은 한국이 처한 이런 상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7년 한국 방문 당시 트럼프는 헬기를 타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지날 때 "미국에는 왜 저런 게(거대한 첨단 제조업 시설) 하나도 없느냐"고 불만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고 한다.

    맥배스터는 "제한없는 세계화로 인한 미국 제조업의 상실을 되새기는 것보다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며 "청와대로 가는 동안 트럼프는 짜증난 상태였다고 말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의 짜증 이후 불과 몇년새 미국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물론,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이지만 한국의 산업공동화는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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