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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전 책임진다" 신입 해양경찰관의 '지옥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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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안전 책임진다" 신입 해양경찰관의 '지옥훈련'

    국내 최고 수준 해양전문교육기관…해양경찰교육원 개원 10주년
    신임해경 7344명 이수…인명구조·무선해상통신사 등 다양한 직무 교육
    재난안전 전문교육기관으로 역할 확대…해외 공기업·공공기관 등에도 기술 전수

    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내 선박 탈출 훈련장에서 신임 해양경찰관들이 본격 훈련을 받기 전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주영민 기자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내 선박 탈출 훈련장에서 신임 해양경찰관들이 본격 훈련을 받기 전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주영민 기자
    "침착하게 몸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구명조끼 입고 빠르게 밖으로 나갑시다."
     
    지난 29일 전남 여수시에 있는 해양경찰교육원 내 선박 탈출 훈련장. 훈련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이 받는 훈련은 침몰하는 선박 내부에서 나와 구명뗏목을 통해 안전하게 탈출하는 훈련이다. 바닥을 최대 80도까지 기울어질 수 있도록 제작한 선체 객실 세트에 훈련생들의 들어섰다
     
    이윽고 거친 파도가 배 앞머리를 때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객실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처럼 객실 바닥이 45도로 기울어지자 주변에 잡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잡고 버텨보려 애쓰지만 이내 넘어지거나 객실 한쪽으로 몸이 쏠린다. 온 몸에 힘을 주며 버티던 훈련생들 입에서는 신음이 새어 나온다.
     
    이윽고 객실 바닥이 80도로 기울어지자 바닥은 벽으로 바뀌었고, 훈련생들의 신음 소리도 더욱 커졌다. 서로 도와 탈출하라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가까스로 세트를 탈출한 훈련생의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내 선박 탈출 훈련장에서 한 교육생이 저수지로 뛰어드는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내 선박 탈출 훈련장에서 한 교육생이 저수지로 뛰어드는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이어 선체 갑판으로 자리를 옮긴 훈련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뗏목을 선체 밖으로 던진 뒤 5m 높이의 선체에서 뛰어내려 무사히 침몰하는 선박을 탈출했다.
     
    같은 시각 해경교육연수원 실내수영장에서는 어두운 밤 바닷물에 빠진 익수자를 헬기를 이용해 구조하는 훈련이 한창이었다. 훈련생들은 실제 헬기와 같은 규격의 구조물을 호이스트(고정식 크레인)를 이용해 이동하면서 7m 깊의 수영장으로 레펠하강한 뒤 익수자를 구조했다. 
     
    훈련이지만 실제 상황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3m 높이의 인공 파도와 헬기 바로 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바람이 훈련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수영장 내부에 설치된 암막 장비는 훈련장을 늦은 밤처럼 어둡게 만들었다.
     
    헬기의 굉음과 파도 소리가 귀에 쩌렁쩌렁 울리지만 훈련생들은 머리카락 한 올의 움직임도 느낄 수 있는 듯 매우 예민하고 집중하는 모습으로 구조 훈련에 임했다.
     
    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훈련장에서 교육생들이 모의 해상 헬기하강 인명 구조 훈련을 하는 모습. 주영민 기자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훈련장에서 교육생들이 모의 해상 헬기하강 인명 구조 훈련을 하는 모습. 주영민 기자
    훈련을 지도하던 정재서 해양경찰청 교육연수원 교수(경감)는 "해양 사고는 대부분 비바람, 태풍, 높은 파도, 시야가 가려진 늦은 밤 등 매우 악조건에서 일어난다"며 "국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악조건 안에서의 반복된 훈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사실 모든 교육을 마치고 현장으로 대원들을 보낼 때 마음이 아프다"며 "대원들이 무사히 업무를 수행하기를 매번 기도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입교한 제250기 해양경찰청 교육생 169명은 이 곳에서 올 연말까지 52주의 혹독한 교육과 훈련과정을 모두 마쳐야 비로소 해양경찰관(순경·경위)이 될 수 있다. 
     
    올해 문을 연 지 10년을 맞는 해양경찰교육원은 해양경찰관 양성기관인 동시에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전문교육기관이다. 잠수훈련과 폭풍우훈련, 수영구조를 하는 구조수영훈련장과 해양재난 생존·생환에 대응하는 선박재난훈련장, 선박파공 봉쇄훈련장, 화재진화 훈련장, 해양오염대응 훈련장 등 13개 훈련장과 4천톤급 훈련함을 갖췄다.
     
    교육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신임 경찰관이 실전에 투입돼도 안전한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강화했다. 교육생들은 이곳에서 인명구조 자격증은 물론 선박 운항과 유지에 필요한 해기사·기관사 5급 면허, 해상무선통신사 등 직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다. 
     
    교육생 허재영(31) 씨는 "힘들었지만 마음을 울렸떤 첫 훈련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기본에 충실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임무를 완수하는 강인한 해양경찰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훈련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를 비롯한 교육생 169명은 조만간 일선현장으로 3개월 간 '실습'을 받으며 현장 분위기를 배운다. 내년 초면 정식 해양경찰관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 
     
    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내 방제훈련장에서 에콰도르 해군 대원 20여명이 우리나라의 방제 기술을 교육받는 모습. 주영민 기자29일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내 방제훈련장에서 에콰도르 해군 대원 20여명이 우리나라의 방제 기술을 교육받는 모습. 주영민 기자
    지난 10년간 교육원을 거쳐간 신임 해양경찰관은 모두 7344명이다. 내년에는 309명이 이곳에서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개원 이후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해양경찰관 3만8926명도 이곳에서 재교육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해양안전 관련 종사자, 초등교사 등 교육 대상과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재난안전 전문교육기관', '민방위 자율체험형 안전체험기관'으로 지정됐다.
     
    한상철 교육원장(경무관)은 "해양경찰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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