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그가 변호사로 활동하며 다수 여성 불법 촬영·미성년자 성매수범을 변호한 이력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지만, 인권위원장 후보자로서 적절한 행보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자 안 후보자는 "부당한 주장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노 의원이 "로펌 화우에서 일할 때 유명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A씨)의 성범죄 사건을 변호한 적 있느냐"고 묻자 "맞다. 피의자의 아버지를 잘 안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변호사로서 범죄의 유형과 무관하게 변호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상황에 성범죄 사건을 변론했던 변호사의 이력이 있는 만큼 인권위원장 자리에 지명됐을 때 거부해야 마땅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에 안 후보자는 "피고인은 방어권이 있고, 그것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피고인의 인권"이라며 "변론하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했다든지 부당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피고인을 변호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성매매하면서 불법적으로 촬영한 동영상 160건이 발견됐고, 미성년자 성매매 건도 확인됐다"며 "이런 사안을 변론했다면 공직에 나오는 것은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되지 않느냐"고 재차 지적했다.
이어 "피해 여성이 수십 명이다. 불법촬영물이 160건이 넘는다. 그런 동영상이 불법 유출 안 됐다고 확인했느냐"고 질의하자 안 후보자는 "본인이 안 했다고 해서 제가 다른 확인은 한 바 없다"고 답했다. '그 말만 믿고 성범죄 사건을 변론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르자 "변호인으로서 특별한 다른 자료가 없으면 피고인을 대변하는 것이 변호인"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윤창원 기자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불법 촬영과 성매매가 피해자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라는 것은 인정하시느냐. 여성 인격을 말살한 파렴치한을 변호한 분이 인권보호기관 수장을 하는 건 부적절한 거 아닌가"라며 "변호사가 정당한 방법으로 변호했다면 인권 보호에도 부합하느냐"고 묻자 안 후보자는 "그렇다"고 했다.
이 의원이 "해당 피고인이 변호인 조력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느냐"고 묻자 안 후보자는 "그렇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모든 피고인이 변호인 조력권을 가진다는 것과 인격을 말살한 성매매 불법촬영범죄자를 변호해서 돈을 벌고 이익을 추구한 사람이 인권보호기관의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는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자는 과거 2021년 8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37명에 달하는 여성 피해자들의 성관계 장면 또는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A씨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작년 4월 대법원은 A씨에 대해 징역 1년 10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안 후보자는 A씨가 2021년 10월 비서의 소개로 만난 당시 18살의 미성년자와 2회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변호했다.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난 7월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안 후보자는 2018년 9월 헌법재판관에서 퇴임한 후 서울대·우송대 교수를 거쳐 퇴임 2년 만인 2020년 9월 법무법인 '시그니처'의 고문변호사로 취직했다. '시그니처'에서 1년을 보낸 뒤에는 2021년 10월 법무법인 '화우'로 소속을 옮겨 지난달까지 2년 10개월을 근무했다.
퇴직 후 대형 로펌에서 수억 원대 연봉을 챙긴 안 후보자는 2012년 9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에는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난 후 계획'에 대한 서면 질의에 "재판관 퇴임 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소외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헌신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