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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 맞고 심정지 20대 영화같은 생환…CPR 시행한 조선대 두 조교 화제

광주

    낙뢰 맞고 심정지 20대 영화같은 생환…CPR 시행한 조선대 두 조교 화제

    조선대 교직원 2명 낙뢰 맞은 응급 환자에게 심폐소생술로 15분간 응급처치 사실 뒤늦게 알려져
    조선대 낙뢰 사고자, 심정지 상태서 치료 28일 만에 회복해 퇴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심폐소생술은 생명 구하는 중요한 과정"

    지난 8월 5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앞에서 발생한 낙뢰 사고 피해자의 초기 응급처치를 진행한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화학·생물교육과 행정조교 최산(26)씨와 단과대학 계약직 행정조교 박시형(29)씨. 김수진 기자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앞에서 발생한 낙뢰 사고 피해자의 초기 응급처치를 진행한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화학·생물교육과 행정조교 최산씨(왼쪽)와 단과대학 행정조교 박시형씨. 김수진 기자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낙뢰를 맞고 쓰러진 20대 교사가 심정지 상태에서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아 최근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이에 응급처치한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교직원의 발 빠른 대처가 의식 회복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전해져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장을 봤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치면 후회할 거 같더라고요."
    "사람을 살리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5일 점심시간을 앞둔 낮 12시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3층. 방학 기간에도 화학·생물교육과 행정조교로 근무하던 최산(26)씨와 단과대학 행정직 조교로 근무하는 박시형(29)씨는 창문을 통해 한 남성이 교내카페 근처 나무에 기대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
     
    쓰러진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껴진 두 사람은 바로 남성에게 달려갔다. 쓰러져있던 20대 교사 김모씨는 머리를 부딪혀 출혈은 물론, 온몸이 크게 부어있는 상태로 숨을 쉬지 않았다.

    이날 광주에는 40번 넘는 낙뢰가 발생했고 비가 쏟아졌다. 김씨는 조선대학교에서 연수를 받은 뒤 점심을 먹으러 가다 조선대 교정의 한 나무에 기대 쉬고 있었는데 낙뢰를 맞는 사고를 당했다. 나무로 떨어진 낙뢰는 땅을 타고 김씨에게 닿았고, 김씨는 현장에서 심장이 멈췄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최씨는 "현장에서 상태를 확인했지만 의식이 없는 것을 보니 손이 크게 떨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119에 신고한 뒤 김씨의 상태를 전달했다. 최씨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10번 정도의 흉부 압박이 가해지자 김씨는 컥컥 소리를 내며 숨을 내뱉다 다시 호흡을 멈췄다.
     
    최씨와 박씨는 15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이들은 "대학 졸업요건인 심폐소생술 실습을 이수를 했기 때문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졸업연도인 2023년에 마지막 심폐소생술 실습을 받았는데 1년이 채 되지 않아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학생들은 졸업요건으로 '최소 2회 이상' 심폐소생술 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조선대 사범대학 학생들은 교내에서 1년에 총 4번에 걸쳐 제공되는 심폐소생술 실습을 졸업 전까지 모두 2회 이상 신청해 수강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전문 교육자가 인터넷을 통한 원격 교육 1시간을 진행하고, 실습 인형(마네킹)을 통한 대면 수업 1시간을 진행한다.

    심폐소생술 의무 교육은 교육부가 지난 2016년부터 교원양성기관의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실습 기준을 담은 '교원자격검정령 개정안'을 입법하면서 전국 모든 대학 사범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
     
    박씨는 군 복무 시절 심폐소생술 실전 경험과 119구급대원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119와 계속 통화하면서 사고자의 상태를 알리고 자세를 바꿔도 되는지,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실시하고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지 등을 묻고 지시받았다"며 "119와 전화로 소통해 심적 부담감을 크게 줄였다" 말했다.

    이들이 100회 넘는 흉부 압박을 하는 동안 교내 카페 관계자와 교직원, 학생, 시민 등은 119구급차량 지도와 길 터주기를 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최씨는 "출혈이 심한 김씨를 위해 수건 등을 가져다준 카페 사장님, 비가 오고 있어 우산을 빌려준 주변 시민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와줬다"고 말했다.
     
    지난 8월 5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낙뢰를 맞아 쓰러진 김관행(사진 오른쪽)씨가 퇴원 후 자신을 치료한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왼쪽)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남대병원 제공지난 8월 5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낙뢰를 맞아 쓰러진 김관행(사진 오른쪽)씨가 퇴원 후 자신을 치료한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왼쪽)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남대병원 제공
    김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심장이 40분 넘게 멈춘 상태였다. 그러나 김씨는 16일간의 중환자실 치료를 마치고 28일 만인 지난 2일 퇴원했다. 김씨와 김씨의 가족 등은 "두 교직원의 심폐소생술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꼭 기회가 된다면 자리를 만들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박씨는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는 말을 거듭했다. 최씨는 "현장을 봤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너무 후회했을 것 같다"며 "실습보다 더 강한 압박으로 현장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실제 상황에서는 출혈과 공간 문제 등으로 실습과 많이 달랐다"며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하고 배워둔다면 가까운 지인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더욱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심폐소생술 덕분에 김씨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대목동병원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폐소생술이 김씨의 회복에 아주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밖에 없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멈춘 뒤 5분이 지나면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심장과 폐는 물론 뇌까지 문제가 생길 확률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수는 "심정지 상태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멈추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가야 한다"며 "최대한 의료진에게 인계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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