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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골적 인텔 밀어주기, 삼성에 시사하는 바는?

기업/산업

    미국의 노골적 인텔 밀어주기, 삼성에 시사하는 바는?

    인텔, 고객사 확보·재무구조 개선 위해 파운드리 분사 초강수
    美 정부, 30억 달러 추가 보조금…인텔 밀어주기 분위기 조성할 듯
    "인텔 분사 실험 효과 지켜봐야"…"삼성 파운드리, 기술 개발·수주 혼신 다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 종합반도체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IFS)를 연내 분사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각설까지 돌던 파운드리 사업을 인텔이 계속 끌고 가기로 한 배경에는 파운드리 시장의 높은 성장률과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단박에 본 궤도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 삼성이 기술 개발과 수주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분리"…"손해봐도 파운드리 밀고나가겠단 것"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올해부터 재무 실적을 별도로 발표한 IFS를 연내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선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인텔이 IFS를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지만, 인텔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가 인텔에 파운드리 사업 분리·매각을 권했지만, 그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손해를 봐도 파운드리 사업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자국 반도체 육성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가 있다.

    미국 정부는 대만과 한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가 지원에 나선 자국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총 200억 달러(우리돈 약 27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국방부의 군사용 반도체 개발·생산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로 3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도 '인텔 밀어주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스템반도체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AWS로부터 수주를 한 것은 양사의 오랜 협력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봐야겠지만 인텔을 둘러싼 최근 현지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에 대한 미 정부의 반독점 조사는 '견제구' 측면도 있는데 엔비디아를 포함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자국 기업인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하라는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리사수 AMD CEO가 최근 AI 칩 생산을 TSMC가 아닌 다른 공급 업체에 맡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과 관련해 시장 일각에선 삼성 파운드리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다른 공급업체'가 인텔이 될 가능성도 있다.

    떨떠름 한 삼성…전문가 "기술·수율·수주에 사활 걸어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인텔의 행보는 삼성전자에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소식이다. 현재는 인텔 파운드리 생산 물량 대부분이 자사 물량이지만, 인텔이 삼성의 '파운드리 업계 2위' 자리 탈환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삼성에는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리에 대해 "실험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하며 "파운드리 사업부가 잘 되어서 분사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회사로 분리하고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도 모으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 같은데 인텔의 가치를 살리기 위한 이번 처방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혼신을 다해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박재근 교수는 "인텔의 시도가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당장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TSMC의 지배력이 너무 공고한 상황"이라며 "삼성은 혼신을 다해 기술 개발과 수율(생산 제품 대비 정상 제품의 비율) 개선에 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3나노 기반 공정 수율은 20~30% 수준으로, TSMC(50~60%)의 절반 정도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AI 솔루션을 활용하면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팹리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시간 단축보다는 원하는 제품을 얼마나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고객들의 불신을 해소할만한 모습을 보여줬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유재희 교수는 "인텔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떨어지더라도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매출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반도체 제품 'Made in USA'가 목표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삼성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적어도 백업(back-up)업체로라도 전세계에 빨리 자리 매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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