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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전 내년에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송전망이 뭐길래[電맥경화]

산업일반

    "대정전 내년에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송전망이 뭐길래[電맥경화]

    편집자 주

    예상을 뛰어넘는 무더위를 겪으면서 전력수급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發 전력수요 급증까지 예고되면서 전기는 물, 공기 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재에 비유되기도 한다. '전력 확보'가 곧 '그 나라의 경쟁력'으로 평가 받는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대처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電맥경화, 이대로 괜찮은가②]
    '전기는 수도권에서 쓰는데 전력 생산은 지역에 집중'… 수요공급 불일치
    전력 만들어도 정작 '통로'역할 송전망 부족으로 '출력제어' 빈번
    "2차선 고속도로에 차 꽉 막힌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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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싣는 순서
    ①기후변화·AI의 역습…전력 빈곤 사회
    ②"대정전 내년에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송전망이 뭐길래
    (계속)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 공급 확대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전기를 보낼 통로 역할을 하는 송전망 부족 등으로 전력을 보낼 수 없는 아이러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력 많아도 문제…출력제어 빈번

    전력이 적게 공급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과잉 공급되면 정전(블랙아웃)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발전을 정지시킨다. 이를 출력제어라고 하는데 최근 전력 수요보다 많은 잉여 전력으로 출력제어가 빈번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이 공개한 '발전 5사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천건에 가까운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도 전기를 만들지 말라고 해야 하는 출력제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 현재의 전력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관련학계 한 교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내년에 정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송전망이 부족해서 수도권에 정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보는 게 내년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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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생산에만 집중? 송전망 문제 예상 못했나

    최근 AI발전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증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력 수요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때보다 높은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급증하면서 송전망 문제가 더욱 부각 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전기가 지방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충남은 화력 발전소, 영남은 원자력, 호남은 태양광 등이 집중돼 있다. 이렇게 각 지역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이 송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설비는 충분히 만들었지만, 송전망 건설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실제 발전소 설비용량 증가 속도에 비해 송전망 건설 속도는 한참 더디다.

    산업부에 따르면 설비용량은 2018년 72.5기가와트(GW)에서 지난해 144.4GW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송전선로는 2만9928C-km에서 3만5596C-km로 18.9% 증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송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흔히 고속도로에 비유를 하는데 고속도로(송전선로)는 겨우 20% 늘어났는 데 차(전력공급)는 100% 가까이 늘어나 차가 달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영환 홍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전력계통에 상당히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여기저기서 많이 했었다"면서 "당시, 전력당국 쪽에서는 심각성을 크게 인식 못한 채 흘러온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주민수용성… 정부, 정치권 모두 손 놓아 

    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765kV 건설공사 4공구 공사현장 외벽을 뚫으며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765kV 건설공사 4공구 공사현장 외벽을 뚫으며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발전설비와 송전망의 불균형은 건설 용이성의 차이에서 나온다.  발전설비의 건설기간은 최대 3년, 송전망의 경우 이보다 긴 5년~10년으로 예상하는데 이마저도 전자파 발생 우려, 경관 훼손,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계속 지연되고 있다.
     
    10년여 전 지역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간 크게 맞부딪혔던 '밀양 송전탑 사건'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2012년 6월에 착공하려던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 지연 기간은 150개월에 이른다.

    345Kv 당진 신송산, 345kV 신시흥-신송도, 345kV 신장성S/S, 송전선로, 500kV 동해안-수도권 건설 등도 66개월~90개월 지연 사태를 빚고 있다.  최근에는 한전이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에 불복해 경기도에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송전망 건설을 놓고 잡음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당국은 앞으로 30년 동안 추가로 지어져야 할 전력망이 지난 60년간 구축한 전력망의 2배가 더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난관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나 학계에서는 사업인허가 간소화 등 절차 개선, 전방위적인 지원 등을 담은 특별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별법 제정에 더해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논의, 한전의 재원마련 등에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전 누적적자가 막대한 상황에서 송전망 건설 비용을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여러대안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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