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홍준표 대구시장. 명씨 SNS 캡처·연합뉴스국민의힘의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원 안심번호 등 약 57만명의 명부가 명태균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그 진원지로 당시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목됐다. 이에 홍 시장은 "거짓말"이라며 반박성 취지로 글을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삭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명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이기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것의 배경에 본인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이는 국민의힘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이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자 추가 폭로를 이어간 모양새다.
최초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으로 급부상한 명씨는 이후 여권 핵심 인사들로부터 본인 존재를 부정 당하거나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대응하면서 참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태균, 명부 유출 洪 지목 "홍준표 아들 지인이 여론조사 의뢰"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캡처13일 홍 시장은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뭐가 겁나서 수사를 미적거리나. 조속히 수사해서 엄정하게 처리하라"라며 "선거 브로커 허풍 하나가 나라를 뒤흔드는 모습은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단호히 처단할 것을 검찰에 요구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성역 없이 수사해서 위법성 여부를 밝혀 관계자들을 엄벌하고 선거 브로커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마치 공범인 양 취급되는 잘못된 현상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라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촉구했다.
홍 시장이 수사를 촉구한 대상은 명씨다. 앞서 명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전 57만명의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홍 시장에게 물어보라"며 당원 명부 유출의 책임이 홍 시장에게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는 홍 시장(당시 후보) 쪽이 의뢰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거짓말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며 "천방지축 헛소리하는 명태균을 그냥 둘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대선 경선 때 윤 후보 측에 붙어 장난쳐 놓고 당원 명부를 마치 내가 자기에게 흘린 것처럼 거짓말하는 건 두고 볼 수가 없다. 잘 걸렸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글은 약 1시간 만에 삭제됐다.
이후 명씨는 홍 시장이 '검찰 수사 촉구'로 글을 바꿔 올린 것에 대해 "고육지책으로 나온 홍 시장의 메시지냐"고 받아친 뒤 "홍 시장님 사랑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홍 시장에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원 명부 유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는 확보한 당원 명부를 토대로 두 차례에 걸쳐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특히 명씨 측은 이 여론조사를 빌미로 당원들의 지지 성향 등 민감 정보를 추출했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참고 기사 : [단독]명태균, 57만 유출당원 중 8천명 '대선성향' 수집)명씨는 홍 시장 아들의 지인인 최모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원 명단과 안심번호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경선과 홍보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불법이다.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명씨 측에 당원 명부가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명태균 "2021년 오세훈 보궐선거, 김종인 부탁대로 '판' 짰다"
지난 2021년 4월 시행됐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명씨는 본인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치러진 해당 보궐선거에는 오세훈 시장이 약 10년 만에 복귀해 당내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을 제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서도 승리해 최종 후보로 확정된 바 있다.
명씨는 "2021년 초 수십 개의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왔다. 오세훈 시장이 안철수 대표와 (당시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였던) 박영선 장관, 나경원 대표를 이기는 여론조사가 단 한 번도 공표된 적이 없다"며 "그런데 당내 경선과 안철수와의 단일화 여론조사는 어떻게 이겼을까"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나경원 대표와 오세훈 시장의 당내 경선은? 나경원 대표도 왜 졌는지 잘 알고 있다"며 "좀 쉽게 표현해 말씀드리면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기나. 바다에서 경주를 하면 거북이, 육지에서 경주하면 토끼가 이긴다"라고 말했다. '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승리하는 사람이 달라진다는 취지다.
김종인 전 위원장. 윤창원 기자명씨는 본인이 직접 오 시장이 최종 승리할 수 있는 '판'을 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오 시장의 지지율은 저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명씨에게 오 시장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오 시장이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이 내게 준 미션은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하고, 안철수 대표를 (단일화에서) 꼭 이겨 달라(는 것)"이라며 "내가 김 위원장께 '며칠 동안 국민의힘 중진들에게 시달려도 괜찮겠나'라고 묻자 '괜찮아 안철수만 잡을 수 있다면' (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거기에 맞춰 판을 짰다"며 김 전 위원장을 통해 본인이 추천하는 인사로 단일화 협상팀을 꾸리고, 단일화 방식에 대한 협상안(무선 80%, 유선 20% 선(先)제안 등)을 제시해 최대한 시간을 끌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시간을 끌어 후보 등록일 이후 단일화를 하도록 유도해 구조적으로 오 시장이 이기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누가 경쟁력이 있나', '누구를 더 지지하나', '누가 적합한가' 등 문구별로 후보별 득표율에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문구를 작성하도록 전략을 짰다고 주장했다. 실제 명씨는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 미리 여러 문구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돌려보기도 했다.
김종인 "명태균, 거짓말" 반박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명씨의 주장에 대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명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김영선 전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가라며 데리고 와서 만난 것"이라며 "만나서 10~15분 있다가 갔고 보궐선거 끝날 때까지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관련한 명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거짓말로 하는 소리"라며 "내가 여론조사를 더 잘 안다. 내가 3자 대결을 해도 국민의힘이 이긴다고 주장했던 사람인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그런 얘기를 하나"라고 일축했다.
앞서 명씨는 김 전 위원장을 두고 "정치적 아버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그 사람이 나를 팔아먹을 작정을 한 것 같다. 나를 안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명씨는 "나의 정치적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