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에 시민들은 국회 앞에 남아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들은 계엄군이 다시 국회로 진입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새벽 내내 국회 앞을 지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가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직후인 4일 오전 1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눈으로 세어보더라도 수백 명에 달하는 규모였다.
국회 정문 앞 시민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문 열어"라는 구호를 다같이 외쳤다. 국회 정문 앞을 지키는 경찰관들을 향해 "비상계엄이 해제됐는데 왜 시민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느냐"며 항의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다른 국회 출입문 앞에선 경찰과 시민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군모를 쓴 시민이 담벼락을 넘어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관들은 이들의 몸을 붙잡으며 "사람이 다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군·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회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리가 승리했다", "군부독재 타도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반겼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숙향(59)씨는 "그나마 다행인데 (군인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국회의원들이) 다 안 떠나고 아침까지 있는 것 같다"며 "(함께) 있어줘야 한다. 국민들이 없으면 의원들을 구속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말마다 열리는 정권 탄핵 집회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 이지운(50)씨는 "너무 뜬금없이 선포된 계엄령이라서 놀랐다"며 "예전에 국회에서도 계엄령 관련한 얘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현실화 돼서 (대통령이) 무식한 건지 너무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한밤 중 국회 앞을 찾은 이유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국민들께서 국회 앞으로 모여 달라는 요청을 보내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눈이 두려워서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탄핵의 물결이 더 심하게, 길게 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서희(31)씨도 "내일 출근을 하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 세력 등 모든 부분이 이상해서 화가 났다"며 "(계엄 선포가) 신호탄이 돼서 탄핵의 쐐기를 박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앞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인 3일 밤 11시 20분쯤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을 막아선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는 "국민이 국회를 왜 못 들어가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아울러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정신 차려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이 문을 닫으려고 하자 약 10명의 시민들은 "국민을 못 들어가게 막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며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시민 김모(54)씨는 "당장 문을 열어야 한다"며 "어떻게 2024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남성은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라며 "너희가 뭔데 우리의 민주주의를 짓밟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오후 11시 47분쯤엔 헬기 3대가 국회 상공에 도착했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비상계엄을 철폐하라"며 10분 동안 외쳤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10시 15분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