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앞 제주항공 참소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 서 있다. 주보배 기자"집에서 가만히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더라고요. 나와서 위로라도 드리고 싶었어요."
2024년의 마지막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본관 앞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최근 십자인대를 수술해 양쪽 팔에 목발을 끼고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는 원유미(27)씨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계속 기도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79명의 사망자가 나온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날부터 전국 17개 시·도 및 66개 시·군·구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영하의 날씨에 장갑과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착용하고 대부분 검은색 옷차림을 했다. 조문 대기 줄에 서 있는 일부 시민들은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함께 조문을 온 다른 사람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주고받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은 국화꽃을 한 송이씩 집어 들고 분향소 앞에 내려놨다. 이후 짧은 묵념과 기도를 올리며 조의를 표했다.
시민들은 이번 사고를 지켜보며 다른 사회적 참사를 떠올렸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분향소를 찾은 최유빈(13)군은 "엄마, 아빠와 뉴스를 보고 있는데 비행기가 폭발해 있었다"며 "지난번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에도 든 생각이지만 (이번 사고 희생자들 역시) 내년이 없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조선형 수녀는 "아침에 여러 수녀님과 분향소를 찾아오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이번 참사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때 일들이 기억되진 않았을까, 그분들이 이 가족들을 또 위로해 주고 계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적힌 조문 글귀. 주보배 기자제주항공 여객기 이용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김용수(78)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싶다"며 "갓 성인이 된 손자가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에서 오늘 돌아오는데, 새벽에 교회에 가서 무사히 오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고 왔다.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원유미 씨는 "사고 다음날 아침에도 랜딩기어 문제로 같은 종류의 여객기가 회항하지 않았느냐"며 "정비 점검 문제가 반복됐던 것으로 보이는데 제주항공 내부 직원들이 블라인드 등을 통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 왔다고 들었던 터라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인 것 같아 더욱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김세연 수녀는 "앞서 있었던 다른 참사가 제대로 진상 규명되지 않고 진행형인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므로 그 권리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는 방문객의 이름과 간단한 메모를 적을 수 있는 방명록이 마련됐다. 방명록 한 귀퉁이에는 '같은 직업으로서, 많이 아프지 않았길 바랍니다. 존경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중대본은 국가 애도 기간인 내년 1월 4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