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사건 피해 교사들이 교육청의 교권보호위원회 처분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회의 내용도 충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내 정본데" 회의 내용 '비공개' 원칙에 피해 교사들 고충
부산 A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사건의 피해 교사 B씨는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가 가해 학생들에게 퇴학이 아닌 전학 처분을 내린 데 대해 여전히 의아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관할 교육청은 1년여간 교사들의 신체를 수백 장 불법 촬영한 C군 등 3명에 대해 지난달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퇴학보다 한 단계 낮은 처분인 강제전학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퇴학 처분도 가능한 심각한 교권침해 사건이지만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인 점과 선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학을 결정했다.
B씨는 "위원회가 열리기 전 교사들과 함께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는 서면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였다"며 "찾아보니 타지역에서 있었던 비슷한 사건에서도 퇴학 처분이 결정돼, 이번 경우에도 같은 결과를 예상했지만 아무런 효력이 없는 징계가 내려져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전달받은 B씨는 위원회 회의 세부 내용 등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회의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회의록에도 가해 학생의 진술 내용이나 참여위원 명단 등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
B씨는 "결과 조치서를 받아보니 처분 결과만 간략히 표기돼 있었고 위원회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알 수 없었다"며 "회의 내용을 알려면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한다는데 방법을 몰라 여러 차례 전화를 돌려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10일가량 기다려 회의록을 받았지만 위원들의 논의 내용만 공개돼 있었고 가해 학생들의 진술이나 위원 명단 등은 가려져 있었다. 피해 당사자임에도 교사 권리가 제대로 보호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위원회 결과도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피해 교사들 "징계 수위에 불만 있어도 이의제기 못해"…제도 한계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제공 피해 교사들은 징계 수위가 적절하지 않다며 재심을 청구하려 했지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없어 교육보호위원회의 처분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학생과 보호자에 대해서는 징계 수위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교사의 재심청구권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또 교육부의 교육보호활동 매뉴얼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사안 아님'이라고 결론지은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징계 수위에 '불복'할 경우에는 재심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
피해 교사 B씨는 "이미 대학까지 합격하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전학 처분은 아무런 징계가 되지 못한다. 결과에 불복해 여러 경로를 알아봤지만 재심을 청구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도 즉각 성명서를 내고 교사에게 재심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성명서에서 "단호한 처벌이 필요한 사안에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린 미온적 처분이 판례로 남아 교육계에 미칠 파급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한다"며 "부산시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에 현직 교사 위원을 위촉하고 교원에게도 재심청구권을 부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김은애 정책실장(서리)은 "교원지위법은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있음에도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보호자에 대해서만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교육보호위원회에도 교장이나 교감이 아닌 교사를 넣어야 한다. 시교육청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