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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첫 재판' 김용현 "일개 검사, 대통령 헌법 권한 판단하나"

'내란 첫 재판' 김용현 "일개 검사, 대통령 헌법 권한 판단하나"

44일 만에 모습 드러낸 김용현, 흰머리 희끗
방청석에 앉은 가족과 눈 마주치치 않고 재판 참여
金측 "일개 검사 판단 못해" vs 檢 "범죄행위는 사법심사 대상"
선관위 서버 증거보전 신청, 또 튀어나온 '부정선거론'

김용현 국방부 전 장관. 윤창원 기자김용현 국방부 전 장관. 윤창원 기자
비상계엄의 핵심 '키맨' 김용현 전 장관의 재판이 시작됐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일개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주장하며 검찰 측과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12·3 내란사태' 당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김 전 장관은 법정에 나왔다. '12·3 내란사태' 44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장관은 검은 목폴라에 회색 재킷 차림새였다. 머리가 빠지고 흰머리가 난 그는 법정에서 재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방청석 앞줄에 자리한 가족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검사가 대통령의 고유한 헌법 권한 왈가왈부"

김 전 장관과 검사 측은 이날 1시간 넘게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 전 장관 측이 먼저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통령에 주어진 '헌법상 권한'이라는 주장을 이어가며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를 왈가왈부 판단할 수 있느냐"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80년도 비상계엄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 선포와 확대 요건은 대통령 전속권한으로 사법심사가 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일개 검사가 대통령 헌법상 권한을 정치적 판단하고,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법부에 재판권이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 정치 행위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되면 검사가 법관들이 정치행위를 하는 결과가 생긴다"며 "정치 교체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소기각 결정을 요청한다"고 했다.

검찰 측은 김 전 장관 측이 주장하는 판례를 들어 "비상계엄 확대·선포가 범죄 행위일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라고 맞받았다. 이어 "수사 단계와 구속심사 과정에서 이미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이 인정됐다"며 "공범도 추가 송치됐기 때문에 이 사건의 수사 개시 권한이나 진행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 측은 계엄 선포 자체가 대통령 권리이니 계엄 이후의 병력 이동과 배치는 국방부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통상의 사무라며 "범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드러난 국정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군 지휘관들과의 모임과 대통령의 인식 공유, 그리고 장관 임용과 비상계엄 준비 업무 과정 등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사용한 과정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주 2회가 바람직" vs "한 달 한 번도 어렵다"

기일 지정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재판부가 먼저 김 전 장관의 구속기간을 고려해 재판을 주 2회와 1회씩 격주로 번갈아 가며 하는 방식으로 집중 심리 방침을 밝혔다.

김 전 장관 측은 "절대 안 된다. 한 달의 한 번도 어려울 판"이라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당한 판결을 해달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사건의 중대성도 고려해달라"며 "한 주에 2회 또는 3회가 바람직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재판부는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재판을 병합해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을 물었다. 현재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돼 있다. 검찰 측은 공범별 범행 내용이 상이하고, 재판 지연이 우려된다며 병합 반대 입장을 냈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방어권과 반대신문 없이 검사가 기소대로 유죄를 달라는 주장"이라며 병합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충분히 검토한 뒤 기일 지정과 사건 병합, 집중심리 여부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장관에 대한 변호인 외 접견과 서신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접견 금지를 했고 준항고 절차로 그 적법성 인정된 바 있다"며 "공범 수사가 진행 중이고 김 전 장관이 옥중에서 서신으로 의견을 외부에 알리고 있다. 증거 인멸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반국가사범들, 특히 간첩들에 대해서는 허용하면서 막상 대한민국을 위해 평생 일해 온 장관에 대해 접견을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이고 평등원칙에도 반한다"며 접견 금지를 취소해달라고 했다.

재판서도 튀어나온 '부정선거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김 전 장관 측은 계엄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대통령이 문제제기하는 선관위 서버 실물을 본 적이 없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의 계엄선포 행위 자체가 부정선거의 의혹을 규명하고 적법성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부분이 있었다"며 "계엄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관위 서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관련 영상을 틀려고 하다 제지받기도 했다.

재판 직후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체포를 비판하는 옥중서신을 냈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이 불법영장으로 체포하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인 내란"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오후 4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법원에 오면 어느 사건이든 다 똑같다"며 공정하게 재판 진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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