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한 너자2 상영관.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 : 나타와 마술소년의 바다 소동'이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너자2 흥행을 계기로 자국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을 추켜세우며 한껏 고무된 모양새다.
이미 중국 평정한 너자2, 겨울왕국 흥행 넘어설까?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29일 개봉한 너자2는 지난 6일 박스오피스 수익 57억 7600만위안(약 1조 1550억원)을 돌파하며 중국 역대 1위 흥행 영화 기록을 세웠다. 기존 1위는 애국주의 영화 열풍의 주역 '장진호'였다.
너자2 흥행 돌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8일에는 박스오피스 수익 68억 2천만위안을 기록하며 단일 시장에서 개봉한 영화 기준 전세계 흥행 수익 1위에 올라섰다. 기존 1위와 2위는 북미 시장에서 개봉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었다.
지난 11일에는 흥행 수익 90억위안을 돌파했는데 이는 역대 전세계 개봉 영화 기준 28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 헐리우드 외 제작 영화가 전세계 흥행 수익 3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너자2 뒤로는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미니언즈2'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포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너자2가 중국내 수익만으로 새로운 흥행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만큼 향후 북미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의 개봉 성적까지 합하면 160억위안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겨울왕국'의 흥행 수익을 넘어서게 된다.
너자2는 13일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 8일 열린 너자2 미국 시사회에서 좌석 점유율이 90%를 넘기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문화 소재로 애국소비 자극…곳곳에 반미코드도
'너자2'는 지난 2019년 개봉해 50억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뜻밖의 성공을 거둔 '너자 : 나타지마동강세'의 후속편이다. 두 작품은 16세기 명나라 요괴소설 '봉신연의'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중국 고대 신화 속 캐릭터인 '너자(나타)'를 주인으로 해 현대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자국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 중국에서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성공 공식 가운데 하나로 통한다. 지난해 8월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둔 '검은 신화 : 오공'도 마찬가지로 중국 전통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이 게임은 출시 한달만에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주잉 홍콩 침례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고전 신화를 애니메이션, 영화, 비디오 게임으로 각색하는 것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관행"이라며 "현대사회의 가혹한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여기다 너자2는 스토리 곳곳에 반미코드를 집어 넣어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혹은 애국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인공 너자가 천상계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는 과정 자체가 미국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숨겨놓았다는 해석이다.
여기다 영화 속 천상의 궁전(옥허궁)은 미국 펜타곤과 외형이 비슷하고 천상계의 절대 권력자인 무량선옹은 자신의 권한을 함부로 휘둘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미국을 연상시킨다. 또, 영화 후반부에는 미국 달러 시스템 붕괴를 암시하는 장면도 나온다.
경쟁력 상실한 중국 문화콘텐츠, 너자2로 기사회생?
영웅본색, 아비정전, 붉은수수밭, 색계 등 홍콩과 중국 본토 영화는 한때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거나 화제를 모은바 있다. 하지만 근래 십수년간 사회통제와 검열이 강화되면서 중국의 문화콘텐츠는 경쟁력을 크게 상실한 상황이다.
대신 최근 몇년간 중국에서는 노골적으로 애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장진호, 전랑 등의 영화들이 주로 만들어졌고, 흥행가도를 달렸다. 또, 중국에서 인기를 모은 드라마도 모두 조국애, 순애보, 가족애 등을 강조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다만, 너자2는 대놓고 애국주의를 강요하기 보다는 반미코드를 숨겨놓는 방식을 택해 중국 외에서도 큰 부담없이 즐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디지털기술이 적용돼 뛰어난 시각효과를 자랑하는 점도 중국 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너자2의 미국 개봉을 앞두고 한껏 고무된 모양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너자2의 북미 개봉 관련 질문에 "해외로 진출하는 중국 영화는 중국과 세계 각국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다리가 되었으며, 세계가 중국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과 외국의 경제, 무역, 문화, 여론 교류에 대한 강한 수요에 기인하며, 또한 세계화 과정에서 각 국가가 개방적이고 윈윈하는 협력 환경에서 각자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수주의 성향의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2일 보도에서 "진짜 승리는 흥행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문화적 경계를 넘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너자2는 중국 전체 애니메이션 생태계의 집단적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라고 추켜세웠다.
한편, 너자2의 흥행으로 감독 자오쯔의 성공 스토리도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1980년생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그는 애니메이션에 빠져 의료인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후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캥거루족' 생활을 10여년간 이어간 끝에 내놓은 너자 1편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