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 강판)에 대해 최고 38%의 덤핑 방지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 숨통이 트이고 있다. 고강도 관세가 부여되면서 밀려오는 중국산 저가 후판과 비교할 때 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제457차 무역위원회를 열고 저가 중국산 후판에 최고 38%의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내용을 포함한 4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말 중국산 저가 후판의 덤핑으로 국내 산업계가 피해를 보았다며 제소했다. 이후 무역위는 지난해 10월 초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무역위는 예비조사 결과, 덤핑사실과 덤핑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예비판정하고, 본조사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잠정 덤핑방지관세 27.91%~ 38.02%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철강 후판. 현대제철 제공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나 건설 현장에 사용된다.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연 8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최근 몇년 동안 중국산 후판이 국내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발 철강 관세 예고까지 겹치면서 향후 중국산 물량이 대거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117만 9328톤으로 전년(112만2774톤)과 비교할 때 5% 증가했다. 지난 2021년(32만 6145톤)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 증가분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철강 기업이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후판 물량을 한국으로 저가에 수출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산 후판의 경우 통상 한국산에 비해 약 15% 이상 저렴하다. 국산 후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보니 국내 업계도 중국산 후판을 사용해 왔다. 특히 후판을 핵심 원자재로 쓰는 조선업계는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후판은 조선 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도 폭넓게 많이 사용하는 만큼, 교량 제작이나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곳곳에 중국산 후판이 쓰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37조 5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 4700억 원으로 29.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3조 2261억 원, 3144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4%, 60.6% 감소했다.
현대제철 후판 생산 모습. 현대제철 제공철강 업계는 정부의 반덤핑 과세 추진으로 '발등의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국내 철강 업계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국내 후판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가질 수 있게 돼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중국산과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낮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단은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상황"이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황으로 볼 떄 환영할 만한 결과"라며 "업종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