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자살 산재 신청이 이뤄진 10명 중 6명은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5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살 산재 처리 통계에 따르면 최초요양 1회차 기준 2023년 자살 산재 신청 건수는 85건이었으며, 이 중 35건만 인정돼 승인율이 41.1%에 그쳤다. 이는 이전 5년간 총승인율 51.9%에 비해 10.8%포인트 낮은 수치다.
최초요양 1회차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자살 산재 승인 여부를 처음으로 심사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처럼 산재 인정도 어렵지만, 신청 건수 자체도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변사자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인한 자살은 연평균 477명이었으나, 산재 자살 신청은 연평균 57.6명으로 경찰 통계의 12.1%에 불과했다. '직장 문제'로 자살한 노동자 10명 중 1명 만 산재 신청이 이뤄졌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는 통계다.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등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산재 자살 판정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노동연구원 정슬기 박사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공무상 질병판정 특례와 같이 산재보험법에 업무상 재해의 인정특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에서 작성하는 정신질병 조사지침을 개정해 산재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안을 강조했다.
온라인노조 장종수 사무처장은 "자살의 이유를 유족이 알 수 없어서, 자살 산재 신청을 고려조차 할 수 없어서, 자살의 원인을 알게 되더라도 시간이 지체돼서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산재보험 가입이 돼야 함에도 가입하지 못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등 산재 신청을 할 수조차 없이 누락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재해자를 두텁게 보호할 의무도 있지만, 보호에서 누락 되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은 "산재 자살 문제는 단순히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그 배경에는 과로와 부당한 업무 환경,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노동자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결국 그들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직장 문화와 노동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