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관련 긴급 대책회의 후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통령제가 아닌 정치 체제는 나쁜가요?"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접 민주제 개헌을 통한 시민 주권 쟁취가 필요하다"
"상식과 현실에 맞는 개헌을 논의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비용도 많이 드는 전국 선거를 좋은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보내는 게 아쉽다"
"개헌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소통 플랫폼인 '모두의질문Q'에 헌법 개정과 관련해 올라온 내용들이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경제, 과학기술, 기후 대책,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지만, 개헌에 대한 30여 개 질문엔 아직 답글이 달리지 않았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내부적으로 개헌 방향성과 시점에 대해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분위기다. 당 안팎으로 답을 요구하는 상황에 당대표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선고 이후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 요구 여론에도 "지금은 아니다"…'차기 임기 단축'엔 불만
이 대표는 12.3 내란 사태 초반부터 개헌론에 대해 "지금은 아니다"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카드에 대해 "지금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에도 이 대표는 개헌 관련 질문을 받으면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말을 아껴왔다. 개헌을 논하기 시작하면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가 내란 사태와 관련한 책임 규명, 처벌 등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개헌을) 안 할 수는 없고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며 여지를 뒀다. "당의 입장이 정리돼 있고, 제 입장도 공표돼 있다. 바뀐 게 없다"고도 말하며 추후 개헌 추진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재작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 개헌안을 제시한 바 있다.
개헌을 원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7일 발표한 데일리 오피니언 3월 1주차 조사에 의하면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이 54%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30%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은 무려 64%로 현행 제도인 5년 단임제를 유지하자는 응답 31%를 2배 이상 상회했다.
다만 친명(친이재명)계는 최근 여권 잠룡과 야권의 비명계 잠룡들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과 같은 개헌안을 꺼내 들며 이 대표를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스러운 기색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 등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향후 총선과 대선 주기를 맞추자고 주장했다. 이에 친명계는 이 대표를 향한 공세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페이스북에 "민주 헌정 질서를 더욱 튼튼히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려면 반드시 개정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도 이를 모두 뒷전에 미뤄놓고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만 말이 무성하다"며 "젯밥에만 관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尹파면 시 여야 주자는 물론 국회 차원서 개헌 논의 속도 붙을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관련 긴급 대책회의 후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선고 이후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면 이 대표를 포함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선 경선, 본선 후보 토론 과정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데다가 이 대표 측도 시기적으로 더 이상 개헌과 관련한 논의를 피할 수 없는 시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매우 오만하게 비춰질 수 있다"며 "탄핵이 결정되고 나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빠른 시간 내에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는 받을 수 없다"며 곧바로 차기 대통령부터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는 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합의하고 아닌 것은 얘기해 나가겠다"며 권력구조 개편 등 전반적인 논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대선 승리를 전제했을 때 초기 정권 동력을 얻으려면 무조건 개헌을 얘기해야 한다"며 "자신의 권력 일부를 포기하면서 '대연정' 그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약으로만 넣으면 실현이 어렵고 적어도 여당과 개헌 시점, 내용을 두고 합의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차원에서도 개헌 준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헌을 언급한 바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파면 시 개헌특위를 발족하고 의장의 개헌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원 포인트'라도 일단 첫발을 떼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대선과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여야가 합의하기까지 시간이 촉박하고, 여권의 협상 상대가 명확하지 않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민주당 내에선 헌법 개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