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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기업銀…882억 부당대출에 은폐 정황까지

금감원 '이해관계자 부당거래' 검사 결과
부서장 지시로 문건 무더기 삭제까지

연합뉴스연합뉴스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실타래처럼 얽힌 800억원대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내부 관계자들이 검사를 앞두고 자체 조사 자료를 삭제한 조직적 은폐 정황도 잡았다.

금감원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 사례'를 공개했다.

우선 기업은행은 전현직 임직원과 그 배우자, 친인척, 입행 동기 등이 부당대출에 광범위하게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은행 퇴직 직원 A씨는 부동산 시행업을 하면서 배우자 등 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대출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제출하고 관련자들은 이를 묵인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A씨 등 일당이 지난 7년간 실행한 대출이 785억원에 달한다.

다른 심사센터장 B씨는 지점장 근무 당시 거래처와 공모해 27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처형을 통해 9천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른 지점 팀장은 자금 용도나 대출 서류 증빙 없이 70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그야말로 부당대출 관행에 경고음을 내지 못한 비리 복마전인 셈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해관계자의 거래(대출)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소홀한 측면이 있다"면서 "부당대출 882억원 중 95억원(17.8%)이 이미 부실화됐고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져 부실률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에 앞서 기업은행 내부가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한 정황도 포착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월 부서장 지시를 받은 직원 6명이 271개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했다. 삭제된 기록은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자체 조사 결과였다고 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10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를 인지했지만 감독 당국에 축소 보고하는 등 검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삭제된 자료를 검사 초기 확보했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빨리 부당대출 전모를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제재나 과태료, 수사기관 통보 등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농협조합에선 2020년 1월부터 5년에 걸쳐 법무사 사무장 등과 조합 임직원 등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매매계약서를 변조한 사실이 파악됐다. 이렇게 부당대출된 금액이 1083억원에 이른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임차 사택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원 한도와 기간, 보증금 회수 등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전현직 임원에게 십수억원의 고가 사택을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전 대표이사 A씨는 사택 임차를 가장해 자신이 분양받은 주택 잔금을 회사에서 받은 보증금으로 치렀다.

금감원은 오는 6월 말까지 금융권의 내부통제 실태 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사 자체 관리 및 감독 강화를 위해 업계 표준 기준 마련을 추진한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업무 프로세스와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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