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6월 10일 당시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삼청교육대 기획 문건 '제초작업(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전두환 정권 당시 악명을 떨친 삼청교육대를 세우는 계획이 담긴 최초 자료로 추정되는 문건이 발견됐다. 이 문건에선 시민을 '잡초'에 빗대 제거 대상으로 규정했다.
강제노역과 감금까지 구체적으로 담긴 해당 문건은 삼청교육 시행 두 달 전에 작성된 것으로, 군이 사전 기획 단계부터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준비했음을 보여준다.
9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진실화해위는 전날 제104차 위원회를 열고 삼청교육 피해사건 28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1980년 6월 10일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제초작업(안)' 문건도 새롭게 확보했다.
문건에는 '폭력배를 소탕해 사회에서 격리하고, 그 인력을 국토건설사업에 투입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폭력배는 군법회의에서 처벌할 수 있고, 당시 형 집행 방식 등을 규정한 '행형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국토건설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군법회의로 처벌한 뒤 별도 교도소에 수용해 강제노역을 시키는 방안도 검토됐으며, 실제로 이후 청송보호감호소(현 경북북부교도소)가 설치돼 피해자들이 감금되기도 했다.
이 문건은 삼청교육대가 공식화되기 두 달 전 작성된 것으로, 보안사가 교육대 운영을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청교육은 1980년 8월 4일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시작됐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6만 755명을 검거했고, 이 중 약 4만 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순화교육·근로봉사·보호감호 등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구타, 가혹행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대법원은 2018년 계엄포고 제13호가 위헌·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 입소 자체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삼청교육 피해자 전원에 대한 배상은 물론, 관련 법 개정과 재심 청구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계엄법상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 조항과 관련해, 계엄 상황에서도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구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 피해 신청자 759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고, 이 가운데 총 662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 100여 명은 현재 별도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확인 가능한 전체 피해자는 1만 7천여 명에 이르지만, 이들에 대한 구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