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환율과 가계부채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트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5월 이후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앞서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은 한은이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었다.
그러나 환율과 가계부채 등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방침을 밝힘에 따라 17일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게 시장 분석이다.
롤러코스터 타는 환율·'토허제' 가계부채 급증 우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등에 1434.1원까지 급락했다가, 지난 9일 미중간 관세전쟁 격화에 1484.1원까지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일시 유예를 발표하면서 10일에는 27.7원 하락한 1456.4원, 11일은 전날보다 6.5원 내린 1,449.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불안 등으로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추가 인하에 나설 거라는 시그널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3월 재지정에 따른 가계부채 변동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이 기간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2분기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우려 속 관세유예…"4월 금통위, 금리인하 신호 낼 것"
지난 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4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이 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택 가격 강세,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4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수출 부진과 대외 충격으로 더 둔화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 부양책 등 통화·재정정책의 동반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6.25%에서 6%로 인하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같은날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3.5%로 0.25%포인트 내렸다.관세 직격탄을 맞은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와 불확실성을 정확히 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통위가 곧바로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금통위가 향후 성장 전망의 하향 조정 예고와 함께 금리 인하가 멀지는 않았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가 한은이 4월 금리를 동결하는 데 있어 결정적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 관세의 10%는 여전히 유지가 되고, 앞으로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인하 대응 시기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7일) 금통위에서 그런 신호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경기·성장률 부진시 5월 인하↑…연내 3회 관측 유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 5월 관측이 많고, 올해 전체로는 당초 전망보다 인하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되고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경기와 성장이 더 악화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한 번 더 낮추면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달 뒤 나쁜 경제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한은이 이를 근거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5월에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이 시점에 기준금리도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전체로는 당초 전망인 2회(2월·5월) 인하로 올해 통화완화 기조가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현재는 한은의 연내 인하 횟수가 3회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관세전쟁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고, 실행되는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에 충분하지 못할 경우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하고 계엄·탄핵 혼란도 길어져 당초 예상보다 경기가 더 좋지 않은 흐름"이라며 "2월에 이어 5월 금통위가 금리를 낮출 경우 하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한은이 지난 2월에 이어 5월과 7월 모두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려 연 2.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