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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언론의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미국/중남미

    권력과 언론의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오바마와 특정 언론의 ''샌드위치 점심'' 비판론 확산

     

    미국 백악관의 기자실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가 있는 웨스트 윙(비서진 사무동)과 대통령 관저 사이에 위치한다.

    출입기자들은 수시로 웨스트 윙 1층에 있는 대변인실을 들락거린다. 하지만 기자들의 목적지는 대변인실이 아니다. 대변인실과 건너편 캐비닛 룸(각료회의실) 사이의 복도다.

    캐비닛 룸이 대변인실과 인접해 있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각료들을 만나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백악관 기자들의 오랜 취재 관행이기도 하다.

    그런데 빌 클린턴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복도 통행''을 제한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 정보통제와 기밀누설 방지가 이유였다.

    그러나 훗날 클린턴은 자서전 ''나의 인생''에서 "언론으로부터 원한을 사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로 ''복도 통행''을 제한했던 조치를 후회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그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마치 지붕과 벽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많은 얘기들이 더 심하게 밖으로 새나갔다고 회고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면서 그렇다고 가까워질 수도 또 멀어질 수도 없는 권력과 언론의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관계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6월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평생 천직을 그만둔 ''백악관의 살아있는 전설'' 헬렌 토마스(89) 기자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부시나 오바마나 기자를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꼬집기도 했다.

    사실 권력과 정보를 가진 정권담당자들은 공식 기자회견 등을 활용해 자신들이 ''주체''로서 그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회견문을 낭독한 뒤에는 "질문 몇 개를 받겠다"는 말로 선심을 쓰고는 회견을 마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비해 언론의 속성은 홍보의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최소한 일문일답식의 쌍방향 대화를 통해서라도 가공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려 한다.

    타우슨大 마서 쿠마 교수의 연구를 접하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미디어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취임 이후 백악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진 적은 67회에 불과하다. 이는 조지 W. 부시 205회, 빌 클린턴 356회, 아버지 부시 93회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반면 오바마의 공식 기자회견은 취임 2년 6개월여 동안 36회를 기록했다. 이는 대통령을 연임한 조지 W. 부시(36회), 빌 클린턴(66회)에 비해 훨씬 높은 빈도다.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프레스 프렌들리'' 할 것 같은 오바마가 오히려 백악관 기자들과의 쌍방향 대화에 더 인색했던 셈이다.

    실제로 오바마는 취임 이후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타운홀 미팅''이나 라디오-인터넷 주례 연설,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일방통행식 메시지 전달일 뿐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주 오바마는 백악관 기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일부 기자들을 샌드위치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단, 점심에서 나눈 대화는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오프 더 레코드''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초청을 받은 기자들은 ''비보도'' 조건을 수락했고, 오바마의 발언은 그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알려지기로는 AP와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유에스에이투데이, 폴리티코, 튜리뷴 등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인터넷 언론 등은 백악관의 ''샌드위치 미디어 전략'', 또 대통령과의 만남을 마치 특권(?)으로 인식하는 유력 언론사의 행태를 싸잡아 비난했다. 언론인은 특정 언론사에 몸담은 ''직장인''이기에 앞서 기자를 ''직업''으로 갖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대통령과 특정 언론의 부적절한 만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오바마의 초청을 거부한 뉴욕타임스는 "투명성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NYT는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갖는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샌드위치 점심은 오바마의 편협하고 경직된 미디어 전략과 일부 언론의 정보욕이 빚어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백악관과 특정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채 그들만의 만남을 즐긴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샌드위치 점심 다음날 미국인의 3/4 이상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문의 신뢰도는 25%, TV뉴스의 신뢰도는 22%로 지난 20년來 거의 최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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