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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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전직 당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를 돌렸다는폭로를 하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나섰다.
고승덕 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린 전직 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이며 돈 봉투를 전달한 사람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는 김효재 의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에 이어 ''돈이면 다되는 당''이라는 야당의 공격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고승덕 의원이 왜 이 시점에 ''돈 봉투'' 사실을 폭로했느냐 하는 것.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고승덕 의원은 왜 돈 봉투를 지금 폭로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 내용은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자가 돈 봉투를 보내왔다는 것 아니냐?= 그렇다.
고 의원이 언론인터뷰 등에서 밝힌 내용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돌려줬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결국 그 분이 당선됐는데 그 분과 돈 봉투를 전한 분이 같은 친이(친이명박)계에다 자신을 지지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싸늘했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6개월 뒤 동료 의원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주면서 지지의사를 확실히 밝혔어야 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문제의 원인을 깨달았다"면서 "그 분과 돈을 전달했던 두 분은 지금도 저를 음해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이 이번에 처음 폭로한 것이 아니라는데?= 따지자면 두 번째 폭로한 것이다.
고승덕 의원은 지난해 12월 14일자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로터리> 칼럼에 ''전당대회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했는데 그 칼럼 내용 중에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칼럼에는 "필자가 아는 한 한나라당에는 ''공천헌금'' 거래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느 당이든 당내 선거에서는 아직 돈 봉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한번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필자에게 봉투가 배달됐다. 어느 후보가 보낸 것이었다. 상당한 돈이 담겨있었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 필자는 어차피 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칼럼에서는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3백만원이 들어있었다고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돈을 전달한 사람과 돈을 준 후보자의 실명이 보도되고 있는데?= 돈을 준 후보자는 3명으로 압축된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된 사람은 박희태, 안상수, 홍준표 등 3명인데 지난해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는 아니라고 고승덕 의원이 말했으니까 박희태 아니면 안상수 전 대표가 돈을 준 사람이라는 얘기다.
어젯밤(5일) 늦게 일부 언론에 돈을 준 후보자는 박희태 전 대표이고 돈을 전달한 사람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는 김효재 의원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아침신문에서도 박희태 국회의장이 당시 돈 봉투를 돌린 후보이며 전달한 사람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는 김효재 의원이라고 보도 하고 있다.
5일 밤부터 김효재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을 통해 "고 의원 언급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할 경우 엄중 대응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과 고 의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김효재 정무수석은 2008년 7월 초선의원으로서 당시 전당대회 때 박 의장의 선거운동에 관여하면서 고 의원에게 박 의장 지지를 부탁하며 돈 봉투를 건넸고, 고 의원이 이를 돌려보낸 것이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당 대표를 하던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지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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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박희태 국회의장이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고승덕 의원은 2008년과 2010년 사이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된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지난해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2008년 박희태 국회의장이 2010년에는 안상수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고 의원이 돈을 돌려줬다가 몇 년간 고생했다고 말했는데 그 얘기는 돈 봉투를 돌린 대표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이 된다.
고 의원은 2010년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전 대표를 밀었고 안 대표가 당선된 뒤 당 국제위원장에 임명됐다.
박희태 대표 시절에는 아무런 당직도 맡지 않았다.
이런 관계를 감안할 경우 돈 봉투를 돌린 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궁금한 건 고승덕 의원이 왜 돈 봉투 받은 사실을 공개했느냐 하는 건데?= 고승덕 의원이 5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고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 보도자료란에 밝힌 내용을 요악하면.
지난달 서울경제신문에 로터리 칼럼을 썼는데, 칼럼을 쓸 당시에는 비대위를 재창당 방식으로 출범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재창당 수준으로만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 의원은 "저는 재창당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재창당은 명분은 좋지만 전당대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전당대회에서 나타났던 줄 세우기, 편 가르기 등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재창당 없이 바로 비대위로 가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것이 칼럼의 목적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 칼럼에는 "한번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필자에게 봉투가 배달됐다. 어느 후보가 보낸 것이었다. 상당한 돈이 담겨있었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 의원은 "9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 로터리 칼럼은 제가 18대국회의원으로서 정치현장에서 겪은 아쉬움과 소회, 정치발전에 대한 소망을 담은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며칠 전 케이블(채널A) 생방송에 출연해서 진행자가 제 칼럼을 들고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확인을 구하여 그렇다고 시인한 것이 전부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고 의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어젯밤과 오늘(6일) 아침 전화를 계속했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자신의 입장을 대신하겠다는 문자만 왔다.
▶그런데 공개한 시점이 미묘하다. 고 의원의 입장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고 의원의 폭로에 따른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칼럼을 썼을 때는 별 파장이 일지 않았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3백만 원이 든 돈 봉투라는 말이 나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 한나라당 비대위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고 의원은 검찰이 수사하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했던 것처럼 톱니바퀴 이빨이 척척 맞아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고 의원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밝힌 순수한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의 행위 중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승덕 의원은 돈 봉투의 실체를 폭로한 뒤 정치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 의원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비대위에서는 한나라당 텃밭인 서울 강남권 의원들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고 의원이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폭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 의원이 한나라당 비대위와 교감 속에서 돈 봉투 사실을 폭로한 게 아니냐? 이런 의혹도 나오는데?= 그런 의혹도 나온다.
고 의원의 폭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친이계중진들이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검찰수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승덕 의원도 나쁠 것이 없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서도 친이계와 선을 긋는 중요한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우선은 차떼기당의 이미지가 되살아나 한나라당으로서 타격을 입겠지만 길게 보자면 이 일을 계기로 부패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물갈이 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고승덕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폭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대위나 친박계가 이를 잘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전에 치밀한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친이계로 분류됐던 고 의원이 자신의 입지강화를 위해 ''돈 봉투''를 폭로했고 비대위나 친박계는 친이계 중진들을 물갈이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의 교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쇄신을 앞세운 한나라당으로서는 위기이면서 기회를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 봉투 사건, 처벌은 가능하냐?[BestNocut_R]
= 공소시효 문제인데 이 일은 2008년 7월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3년이 지났다.
고 의원이 언론에 밝힌 내용대로 하자면 정당법 제50조의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한 것이다.
2007년 12월 21일 개정된 형사소송법 249조에 공소시효의 기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3년이하의 징역이 가능하니까. 장기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니까 공소시효가 5년이 된다.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사실이 맞는다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소환되는 일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로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