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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자영업자라니…한국 노동시장 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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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가 자영업자라니…한국 노동시장 묘해지고 있다

    [회색 근로자 ''특고'']① 특수고용직 7년새 352% 급증
    하루 아침에 교수에서 ''업자''로 지위 바뀌어
    교수연구실은 강의준비실로…4대보험도 해지돼

    최근 국내 노동시장에는 겉으로는 자영업자이나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인 ''특고''(특수고용근로자)라는 변종 직업군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특고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자가 받는 일체의 보호를 못 받기 때문에 비정규직보다 심각한 폐단을 안고 있다.

    CBS는 반듯한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화두로 떠오른 올해 각 직군을 막론하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특고라는 이름의 비틀린 일자리의 실상을 긴급 점검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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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국립대인 경북대학교 어학교육원 강사(외래교수)들에게 ''''강사료 소득구분 변경 안내문''''이 배달됐다.

    학교측에서 보낸 이 문서에는 강사들의 소득이 기존 근로소득에서 사업소득으로 변경됐으므로 앞으로 세무서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라고 적혀있었다.

    4대보험 역시 해지됐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대학교수도 자영업자로 몰리는 시대 … 특수 고용은 어디까지인가?

    강사들을 더 이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취급하겠다는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교수에서 ''''업자''''로 지위가 변한 이후 이런 저런 변화가 생겼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이 공교롭게도 수강생이 줄어들면서 실질임금도 줄어들었다.

    교수연구실은 강의준비실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교수의 품위 유지도 어렵게 됐다.

    일부 강사는 ''''복사기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일 때가 있고 직원들의 자세도 고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학교육원 이예식 원장은 ''''단시간 강의하는 강사들에게 단행된 조치''''라며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라 재정문제를 신경 쓰다 보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립대학에서 공공성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이미 다른 국립대들을 대상으로 우리 어학교육원의 인적 조정 사례를 발표까지 한 만큼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사안은 현재 경북대학교와 중앙노동위원회간 법적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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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학교육원 영어강사인 정일우(50.사진)씨의 지위를 장기무기계약직 근로자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경북대학교가 반발하면서 비롯된 다툼이다.

    지난 12일, 1차 선고 공판 출석차 서울행정법원을 방문한 정씨는 기자와 만나 ''''대학측이 강사들을 개인사업자로 지위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단시간 강의 때문이라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강의를 외부 업체에 도급주기 위한 수순''''이라며 ''''대학 강의를 하청준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분개했다.

    정 씨는 ''''대학측이 강의를 개설해 강사를 정하고, 수강생 최대 인원과 수강료를 정하며, 강의 홍보까지 도맡아서 하고 공채로 채용된 우리는 강의만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개인사업자냐''''며 ''''이것은 사기다''''고 단언했다.

    정 씨는 심한 자괴감에 그 동안 미뤄뒀던 교육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다시 유학길에 오르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좌절됐다.

    그를 더 이상 재직근로자로 간주하지 않은 어학교육원측이 그의 유학 준비에 필요한 서류인 재직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그 당시의 상황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도 몰래 눈물이 흐르는데...''''

    또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 사건을 둘러싼 이날 행정법원의 선고 공판은 오는 2월 23일로 연기됐다.

    이예식 어학교육원장은 ''''우리가 승소하면 그 것으로 끝인 것이고 우리가 패소하면 결정을 번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선고 결과에 따라 다른 여타 국립대에서도 어학 강사들에 대한 지위 변경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존에는 근로자였던 사람들이 사용자측의 필요나 편의에 따라 잇따라 ''''특고'''', 즉 특수고용직 근로자로 바뀌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고''''라는 명칭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법률적으로 정의돼 있는 개념이 아니어서 특수형태 근로자라고도 불린다.

    이런 특고화(化)의 바람은 대학가 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불고 있다.

    환자 돌보는 일도 개인사업? 환자 유치 영업까지 뛰어야 하는 치위생사,간호사

    서울의 한 치과병원에서는 치위생사들이 기존 월급과 달리 매출을 일으킨 만큼 보수를 받고 있다.

    다른 치과병원에서는 아침부터 주변 상가를 돌며 이른바 ''''신환(새환자)유치''''라는 걸 하고 있다.

    치과병원 외에도 일부 개인 병원이나 심지어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들까지도 개인사업자로 둔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 간호사들을 특고로 전환한 뒤 영업에만 열을 올리면서 치료보다는 돈벌이를 우선시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특고의 숫자도 최근 급증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4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로 추산한 특고 인구는 71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박호환 아주대 교수팀에게 용역을 의뢰해 조사한 결과 특고 추정 종사자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0만 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도급제 종사자, 치기공사 및 안경렌즈 가공사, 우유 신문 등 배달원 등 9계 직종의 종사자 숫자가 빠져 있는데다 국내에 유독 많은 개인사업자들 가운데 특고로 분류할 만한 자영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여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2편에 계속)

    회색 근로층 ''특고''를 아시나요?


    특고는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근로관계로 생겨난 고용 형태다.

    근로관계와 상업적 거래관계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회색(grey) 직군으로도 불린다.

    이 범주에 속하는 취업자들은 보통 1년씩 위탁 또는 도급계약 등을 맺고 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계약을 맺은 일반 근로자처럼 회사의 업무지휘, 관리 감독은 물론 징계도 받는다.

    일반 근로자와 특고 근로자의 실질적인 차이는 급여방식에 있다. 일반근로자는 월급제지만 특고는 성과급제나 인센티브제, 수당제다.

    특고 치과기공사인 A씨는 ''''피스(치아) 종류에 따라 다른 단가가 매겨지는데 보수는 그 피스 숫자에 비례해서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법정 근로시간이 있는 근로자와 달리 특고는 장시간 근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A씨의 경우 지난해 추석 무렵 월요일 새벽에 출근해서 토요일 밤에 퇴근한 뒤 다음날 새벽에 또 다시 출근했다고 한다.

    간이침대도 없어서 의자위에서 2~3시간씩 취침했다고 하는데 정해진 일감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산업재해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일반 회사와 달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다.

    그는 ''''의치를 제작하는 공정에서 염산이나 불산 같은 위험한 물질을 쓰는 때가 많다. 주조(casting)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도 꽤 있다. 아무런 방지 장치도 없으니 외줄타기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사람들 … 숨겨진 노동빈민 ''특고''

    특고는 노동 관계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의 권리인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또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도 원칙적으로 가입이 안된다.

    이 때문에 특고가 우리시대 노동빈민인 비정규직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방송통신대 윤애림 교수는 "특수고용에 종사하는 분들은 노동법 적용이 안 돼 추가 근무 수당 등을 받지 못한다''''며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도 안 되는 점 등을 비교해 볼 때 비정규직 노동자보다도 처지가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우리 노동시장에 부지불식간에 뿌리를 내린 게 벌써 10년이 됐음에도 별다른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이들의 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이 종사해 있던 직역은 운송기사(화물트럭, 덤프, 레미콘, 택배), 각종 배달원(퀵, 대리운전, 우유배달, 신문배달), 판매원(보험설계사, 텔레마케터, 각종 상품 외판원), 전문직 프리랜서(출판편집원, 사진사, 작곡가, 기자, 모델, 연예인, 예술인, 애니메이터, 소프트웨어기술자, IT컨설턴트, 그래픽디자이너, 관광가이드, 조사면접원, 직훈교사, 학원강사, 구성작가, 학습지 교사), 가내근로자, 간병인, 주유원, 검침원, 건설노동자, 각종 프랜차이즈사업자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 의료계, 채권추심, 신용카드모집, 대출모집, A/S기사, 치기공사, 안경랜즈 가공, 신문 광고 판매원, 용양보호사, 프로야구선수 등으로 그 영역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연맹 권두섭 법률원장은 ''''앞으로도 시장 상황의 변동성 증가로 기업의 아웃소싱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 직종에서 특고 노동자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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