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도록 하는 수사권 분점안을 마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검찰이 경찰의 영장신청을 반려할 경우 경찰이 이에 불복하는 절차를 제도화 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겠다고 공약한데 따른 것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되면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은 당선인의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3일 ''경찰수사혁신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수사권 분점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조만간 내용을 구체화해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이 제시한 검-경 수사권 분점 방안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부터 보완수사 등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 이는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검찰이 과도하게 수사에 관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수사 개시와 진행 단계에서는 경찰 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송치 이후에는 공소유지를 위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청을 인정해 경찰 수사권의 남용을 막는 방식이다. 현재 일본의 검-경 수사권 체계를 상당부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에 대한 보완장치도 요청할 계획이다.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반려할 경우 경찰이 관할 지방법원에 불복절차를 밟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이 전국의 수사경찰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사경찰관의 91%가 ''검사의 영장기각으로 사건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리 혐의 검사에 대한 수사에서 번번이 영장신청을 기각당한 경찰은 이번에야말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의 폐해가 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수사권 분점 방안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단지 경찰 측의 의견을 내놓은 것이고 인수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형사소송법의 개정이 불가피해 국회 통과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수사구조 개혁은 결국 통치자의 결단에 달린 것이 아니겠냐"며 이같은 시각을 대변했다.
또 내각제 아래에서 다듬어진 일본식 검-경 수사권 체계가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 제대로 맞을지도 여전한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지금처럼 검찰이 수사 초기단계부터 관여하면서 수사에 대한 전권을 휘두르는 폐단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수사권 분점에 따른 경찰의 수사전문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찰수사혁신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일선 수사경찰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태스크포스팀은 현재 경정 이상 간부의 경우 일정 기간 수사부서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거나 수사연수원 등에서 수사전문화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 일선 형사들의 수사전문화 방안, 로스쿨 졸업생을 특채해 일선 경찰서에 배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