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길어지면…"환율 1500원, 성장률 1.3% 추락"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 안팎을 등락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갈등과 실물·금융리스크가 겹치며 복합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율 급등이 그간 잠재 돼 있던 금융리스크와 결합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를 통해 "최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와 한미 금리역전 등 구조적 요인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과거 탄핵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과거 탄핵 국면에서는 그나마 국내 경제여건이 양호해 환율이 안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내수부진에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및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리스크까지 한꺼번에 겹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환율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고 밝혔다.
정치 불확실성 환율 1500원대까지 상승…성장률 1.3%대로 하락 가능성보고서는 향후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한 경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수습 된다고 하더라도 한미 금리역전 지속과 트럼프의 관세 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는 어느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올해 환율의 주요 변수로 꼽혔는데 보고서는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돼 원·달러 환율은 4% 이상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에 상승폭은 더욱 늘어난다. 보고서는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중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약 5.7% 상승압력을 받게되며,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정치권 갈등 장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성장률은 주요 전망기관 예측보다 더 낮게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보고서는 "투자·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재정 공백 발생, 통화·통상 정책의 효과적 대응 지연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전망기관 예측치(한은 1.6~1.7%, KDI 2%)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 및 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철강 등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투자 법안 신속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 필요보고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불안이 실물·금융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등 정책패키지 시행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등 기업투자 관련 법안 신속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들 대책 가운 '실물·금융 정책패키지'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와 해외 IR 활동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대비한 추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GI는 "현재 발표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외에도, 중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P-CBO(유동화회사보증) 공급 확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치 등을 상황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주문했다. SGI는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등 기업 투자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지역경제 활력 도모를 위한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고 말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경제적 효과 극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부소비, 정부투자, 이전지출 등에 동일한 1조원을 늘릴 경우 실질 GDP에 미치는 승수효과는 각각 0.85조원, 0.64조원, 0.20조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며 "추경의 부문별 예산은 여야 합의를 통해 단기 부양책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보조금, 에너지 기반시설 확충 등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5.02.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