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회는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NLL대화록)이 없다고 22일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은 훨씬 짙어졌다.
국회 보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기록원에서 찾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부존재'에 합의했다. 하지만 어느 당의 입장을 따르든 대화록은 '기록원에서 열람이 불가능한 문건'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NLL 공세를 폈다. 권영세 주중 대사(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는 지난해 12월10일 "대화록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까고(공개하고)"라고 식사 자리에서 언급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김무성 의원(당시 박근혜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은 같은 달 14일 부산 유세 때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에게 'NLL 문제는 국제법적 증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너무나 북받쳐서 (대화록을) 제대로 못 읽었다"고 연설했다.
특히 김 의원이 연설 도중 읽은 정상회담 관련 내용은 원문과 토씨까지 일치할 만큼 정밀해,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을 키웠다.
'국정원과 국가기록원에 1부씩 보관중'이라던 대화록이 기록원에 없는 이상, 이들 박근혜캠프 관계자가 입수한 자료의 출처는 한 곳뿐이다. 국정원이 주도했든 아니든 대화록은 국정원에서 유출됐을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은 이미 지난 국정감사 때 등장했다. 지난해 10월25일 대통령실 국정감사 때 천영우 당시 외교안보수석은 "2년전 대화록을 봤다고 했는데, 국정원에 보관돼 있던 것을 봤다는 얘기냐"는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분명히 답했다.
당시 천 전 수석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화록을 본 적 있다. 내용은 비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수석으로 부임(2010년10월)한지 얼마 안 된 2년전 쯤에 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따라서 국정원은 적어도 2010년에는 이미 'MB 청와대'에 자료를 넘겼거나, 단순 열람시켰을 뿐인데 이 과정에서 '유출'됐을 여지가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을 유출 시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국정원 유출 자료가 결국 새누리당 대선캠프에까지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무단 공개하기 전까지 대화록은 '2급 비밀'로 분류돼 있었다. 직책상 열람 권한을 갖고 있었던 천 전 수석 정도를 빼면, 비밀해제 이전 유출자나 열람자는 모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정원에서 제공 또는 유출된 게 대화록 원문이 아닌 '발췌본'에 지나지 않았다 해도 사안이 달라질 게 없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췌본은 공공기록물로 규정됐는데, 공공기록물 역시 외부 유출시 비밀누설죄로 처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