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여객터미널 2층 대합실의 모습. 꽤 오랜 기간 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이 심하게 패여 있다. (부산 CBS)
한해 120만 명이 이용하는 부산의 관문인 부산국제여객터미널 내부 곳곳에서 물이 새 부산항을 드나드는 국내외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청사 관리를 맡고 있는 부두관리주식회사 측은 물이 새는 사실을 알고도 열흘 넘게 이를 방치해 부산항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출국 수속을 마친 승객이 선박으로 이동하기 전 들르는 2층 승객 대기실 한가운데 꽤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천장에는 가로세로 1m 크기의 곰팡이가 시커멓게 번져 있다.
그 아래 의자와 바닥은 고인 물로 흥건하다.
통로를 바삐 오가는 승객들이 자칫 미끄러질 뻔한 아찔한 광경도 여러 차례 연출된다.
터미널 실내는 콩나물시루같이 관광객들로 미어터지지만, 물에 젖어 도저히 앉을 수 없는 의사들은 속수무책 방치돼 있다.
국제해양관광 허브를 자청하고 나서는 부산항의 형편없는 시설에 관광객들은 혀를 찬다.
관광객 이태우(38)씨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처음 방문했는데, 열악한 시설은 둘째치고라도 물이 새는 것을 방치해 둔 것을 두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이곳을 지나다가 미끄러질 뻔한 광경이 자주 목격되는데 청사 관리를 하는 그 누구도 고인 물을 닦거나 주의하라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기실에서 승선장으로 향하는 통로인 갱웨이 역시 시뻘겋게 흘러내린 녹물로 곳곳이 더럽혀져 있어 국제여객터미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부끄러운 지경이다.
터미널을 관리하는 부두관리주식회사 측은 청사가 지어진 지 35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낡아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률을 높이면서 우수관로로 들어온 물이 샌다는 것.
문제는 이같은 누수 현상이 열흘 넘게 지속됐지만, 이를 보수하지 않은 채 방치해 뒀다는 것이다.
이렇다 할 큰 비 소식이 없는데다, 내년 새 청사 개청을 앞두고 있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보수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부두관리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이 지어진 지 30여 년이 지나서 크고 작은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데, 내년 새청사 개청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 등은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누수는 냉방기 과다 사용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현장 확인을 통해 보수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