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이후 우리나라 항공권역을 오가는 항공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하루 평균 2,500여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하늘 길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그만큼 항공기 안전을 위한 관제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제업무는 군(軍)이 주도하면서 민간항공기에 대한 관제서비스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 항공기 관제수요 폭발적으로 증가현재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항공기는 민간과 공공기관을 합쳐 모두 617대로 지난 2008년 446대에 비해 38.3%, 지난 2003년 288대에 비해선 10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신규 등록 항공기는 2009년까지 매년 20여대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에는 해마다 50여대에 달하는 등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항공기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43만㎢, 국토 면적 3배)을 운항하며 항로관제를 받는 민간, 군용 비행기만 하루 평균 1,600여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훈련용 비행기와 헬기, 경항공기 등 관제를 받지 않는 시계비행 항공기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2,500여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 항공기 관제, 비행장관제·항로관제·접근관제로 구분항공기 관제업무는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눠진다. 먼저, 비행장관제가 이뤄진다. 공항관제탑에서 항공기 이륙과 착륙을 통제한다.
이어, 이륙한 항공기에 대해선 인천 항공교통센터가 항로관제를 통해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 목적지 방향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항공기가 운항을 계속하면서 서울과 대구, 포항, 군산 등 전국 14개 항공권역을 지날 때 마다 각 접근관제소가 고도와 경로이탈 여부, 기상상태 등을 체크해 알려주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관제서비스는 정규 항로를 운항하며 계기비행을 하는 여객기와 군용항공기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눈으로 직접 시계비행을 하는 헬기와 훈련기, 경비행기 등은
조종사가 통신장비를 완비하고 관제서비스를 원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문제는 이처럼 시계비행을 하는 항공기 대부분이 관제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행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비행장관제와 접근관제 업무가 군(軍) 주도로 이뤄지면서 민간 항공기에 대한 관제서비스 한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4층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학수사대 대원이 사고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군 당국이 주도하는 항공기 관제 '한계'현행 항공법은 민간 항공기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관제업무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간공항이 군부대와 인접해 있는 군사적 특수상황 때문에 관제업무를 국토교통부 또는 민간 전문기관이 맡지 않고 군(軍)이 주로 하고 있다.
대구와 청주, 광주, 김해, 포항, 원주, 합천공항의 경우 공군과 해군이 비행장관제를 맡고 있다.
또, 국내 14개 접근관제소 가운데 인천공항을 관할하는 서울접근관제소와 제주공항을 관리하는 제주접근관제소 2곳만 국토교통부가 직접 관제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
지난 16일 아침 서울 삼성동 아파트에 충돌한 LG전자 소속 헬리콥터는 공군방공통제소(MCRC), 지난 12일 오후 경북 안동 칠보산에 추락한 한서대학교 훈련용 세스나기는 포항접근관제소(해군) 관할 구역 안에 있었다.
사실 군이 운영하는 접근관제소는 업무 특성상 미식별 항공기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가 방위가 주력 업무이다.
하지만, 군 관제소는 한정된 조직과 인력, 장비를 갖고 민간항공기에 대해서까지 충분한 관제서비스를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비행기를 조종하는 박재식(37세)씨는 “레저 활동으로 주말에 경비행기를 몰고 가다 보면 접근관제소와 자주 교신을 하게 되는데, 기상상태와 고도 등 운항정보를 제대로 서비스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 '설설 기는' 관제시스템국토교통부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관제시스템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