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한 질의에 '즉흥적인 질문에 답을 다 못하고 오류 판단은 역사학자들이 할 문제'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인 25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느닷없이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다.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문제에 대한 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깜짝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한 때문이다.
도 의원은 이날 교학사 교과서가 일본 극우 역사관을 반영한 후쇼샤 교과서 보다 못하다며 관련 질문을 정 총리에게 하나하나 던졌다.
도 의원은 우선 “1980년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 때 조선 침략을 ‘조선 진출’이라고 기술해 우리 국민이 화가 나 500억원을 모아 독립기념관을 지었는데 교학사 교과서에서 다시 ‘진출’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진출’과 ‘침략’ 뭐가 적합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총리의 답은 뜻밖이었다.
그는 “용어 문제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검증 위원회와 심사단이 하고 있다. 거기에 맡겨달라”고 답을 피했다.
대한민국 총리가 일본이 대한민국을 침략한 것인지, 진출한 것인지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케 하는 대목이다.
도 의원은 교학사의 항일의병 부분에 대한 기술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도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은 의병을 소탕했다. 토벌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술했다. 다른 교과서는 의병이 학살당했다고 했는데 (교학사는) 토벌 소탕이라고 표현했는데 총리 생각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역사의 진실에 반하는 부분이 있으면 교육부서 시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의원석에서는 “총리의 생각을 밝히라”, “대한민국 총리가 맞냐”는 함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도 의원은 이어 교학사 교과서가 강화도조약을 ‘고종의 긍정적인 인식으로 체결됐다’고 서술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일본이 함포사격을 해 무력으로 조약을 체결하게 했는데 고종의 긍정적 인식이라는 게 진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정 총리는 “그건 역사학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을 회피했다.
도 의원은 다시 물었다.
“교학사 교과서를 쓴 사람은 이렇게 쓰는 것이 긍정적인 역사관이고, 민족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학적이라는 것이다. 총리는 이것에 동의하냐?”
그러자 정 총리는 "역사를 보는 눈은 전체적 맥락으로 볼 필요도 있다"며 역시 확실한 답을 피했다.
정 총리는 이어지는 도 의원의 질문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검토를 할 게 없어서 대비가 불충분하다"거나 "검토할 시간을 줘야지, 즉석에서 질문을 하면 어떻게 답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정 총리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본회의는 정회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정 총리는 정회 기간에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사과표시를 하면서 본회의는 오후에 속개됐다.
정 총리는 오후 대정부질문에서 "(일제가) 침략한 것인가, 진출한 것인가"라는 민주당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 대해 "침략이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또 "(일제가) 학살한 것인가, 소탕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학살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명성황후 시해가 만행인가 아닌가"라는 물음에도 "만행이다"라고 답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오후 본회의를 속개하면서 "오전 질문 중 국무총리 답변과 관련해 대정부질문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정 총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소음이 많아 (도 의원의 질의를) 잘 못 알아들었다. 질의 핵심이 그런 문제들에 대해 시정했느냐 안했느냐 여부로 이해해 그렇게 말씀을 드린 것이다”고 해명했다.